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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2009.06.18 06:35 read.266

화창한 봄날을 좋아하지만, 비오는 여름도 좋아하는 사람은 쉽게 추워지지 않을거에요. A가 내게 말을 건넸다. 나는 가볍게 스며드는 미소로 대답을 대신한다.


내가 추워 보이나요? 다소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어보니 A는 고개를 작게 돌리며 그렇다고 대답한다. 춥지 않은데, 그렇게 보이는건 분명 이상한거겠죠? 내가 더 걱정스럽게 물어보니 A는 내 짧은 머리카락을, 그 예의 하얗고 보슬거리는 손바닥으로 쓰다듬기만 할 뿐이였다. 나는 괜찮은데, 왜 다들 나를 걱정할까요? 아마 그건 내가 추워보여서 그런걸까요? 채근하는 나의 질문에 끝내 A는 대답하지 않고, 내 머리에 닿아있던 손을 거두고 나서 걸어왔던 그 길을 향해 다시 등을 돌린다. 나는 그 뒤를 따라가지 않았다. A가 돌아가는 길의 반대방향을 향해 왼발을 내딛는다. 어깨를 애써 피면서, 바람이 슬며시 부는 허공을 향해 밋밋한 웃음을 짓는다. 미처 알지 못했던 추위가 스며들고 있음을 깨닫는다.


찾아오지 않는 그를 너무 그리워한 나머지, 구태의연한 망부석이 되서 거리를 떠도는 미옥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그게 내 추위의 근원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A가 나를 놔두고 가 듯이, 나도 A를, 그리고 인간을 가볍게 놓고 지나쳐 버리면 그만이다. 이 쉬운 일에 쉽지 않은 상황을 대입해서 애쓸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의 고뇌를 파고드는 못된 습성을 갖고 있다. 빌어먹을, 나는 그런 미련한 인간의 속성으로 살지 않을테다.


감정을 푸딩처럼 굳혀놓고, 필요할때마다 한 숟갈씩 파 먹었으면 좋겠다. 틈이 생긴다 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상태로 유지할수 있다. 허술한 노출따위로 나를 굽어보게 하고 싶지 않다. 거리의 틈바구니 속에서, 텁텁한 공기를 노곤한 폐부에 쑤셔넣으며 생존에의 방식을 다짐한다. 안녕, 내가 추워 보이니? 아스팔트 위에 옹기종기 모인 내 발에게, 안녕 내가 괜찮아 보이니? 허리춤에서 흐느적 거리며 아롱거리는 내 블라우스 에게,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내 어깨죽지에게. 그것들은 여전히아무렇지 않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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