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용이 좋아서
처음엔 스쳐 지나가는 걸그룹 멤버 중 하나라 생각했다. ‘저 가수가 누구지’란 호기심이 생겼던 건 라이브 무대를 접하고 나서부터였다.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고음, 이어지는 찰진 애드립, 마지막으로 씨익 웃는 미소는 이목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된것도 잠시. 아쉽게도 2013년 이후 더이상 무대 위에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나인뮤지스의 전 멤버 류세라다.
탈퇴 후 1년이 넘은 지금도 ‘나인뮤지스’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이름이 뜰 정도로 팀 내 존재감은 상당했다. 세라가 돌아오길 바라는 팬들도 아직까지 적지 않다. 팬들의 마음에 세라는 ‘노래’로 답했다. 유튜브에 자작곡이나 커버곡을 올려 음악적으로 소통했던 것.
가끔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햇볕처럼 따뜻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세라가 팬들을 위해 내놓은 앨범 ‘세레나데(SERen:Ade)’도 그렇다.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제작해서. 앨범 제작 뿐 아니라 포장, 배달까지 직접하는 그의 정성은 최근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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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꼈던 만큼 아팠을 거라 생각했다. 팀을 떠난 지 꽤 됐지만 세라는 아직 ‘나인뮤지스’에 대해선 조심스러워하며 말을 아꼈다. 다만 멤버 현아가 지난해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훗날 세라와 음악적인 일을 같이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저도 기회가 된다면”이라며 반겼다. 또 팬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어딘지 모르게 들떠 보였다. 그동안 꾸준히 활동했지만, 한편으론 조용했던 류세라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Q. 나인뮤지스를 떠난 지 1년이 넘었다. 지금 마음은 좀 정리가 됐는지 궁금하다. 곡 작업 외에 어떤 일을 하면서 지냈나.
작년 겨울에 계획하지 않았던 배낭여행을 다녀왔어요.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여행 했는데요, 무엇보다도 작곡·녹음 장비와 기타를 다 가져가는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에 팔다리가 기억하는 아픔이 먼저 떠오릅니다. 공항에서 길거리에서 기타를 칠 때 생긴 해프닝이라던가 홈스테이 하면서 생긴 추억도 많아요. 역시 철저히 혼자가 돼보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Q. 팬들이 정말 오래 기다렸다. 그만큼 본인도 오래 기다렸을 듯 하다. 앨범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팬분들을 위해서 마음이 조급했던 건 사실이에요. 팬분들이 절 기다리다 지쳐 떠나버릴거란 생각을 했던 적도 있고요. 그렇지만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내 현재의 모습과 진심을 오롯이 담아 팬들 앞에 나타나는 것이, 결국에는 저와 팬, 서로를 위하는게 아닌가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어요. 앨범을 내고 나니 팬들이 그래요. ‘행복하다’고.
Q 이번 앨범 작업은 진짜 ‘혼자 다했다’. 곡 작업부터 제작, 배달까지. 어쩌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1년 동안 만들어 놓은 곡들이 꽤 많은데요. 매번 유튜브에 곡을 올리자니 팬분들이 감상하시기 불편할 것 같아서 CD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앨범 작업을 시작해보니 더 많은 곡을 더 좋은 퀄리티로 들려주고 싶고. 또 더 예쁜 제 모습들을 보여 주고 싶고. 한마디로 더 아름다운 추억들을 팬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욕심 때문에 일이 커진것 같아요. Why not do it my way(까짓 거. 내 식대로 하지 뭐)
Q 앨범 얘기를 하고 싶다. 한 곡 씩 짧게 설명하자면.
저작권 등록할 때도 곡소개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때처럼 지금도 얼굴이 붉어지네요.
1. Lullaby
잠을 잘 자는 사람들이 부러워서 잠에 대한 생각을 담아보려고 만들기 시작한 곡인데 정작 만들면서 잠들었다는.
2. 굳이 사랑이
제가 베이스를 잘 쓸 줄 몰랐었는데 ‘이번에는 베이스가 멋있는 곡을 만들고 싶다’ 결심하고 베이스 라인을 제일 처음 만들어놓고 나머지 살을 붙인 노래입니다. 사랑과 이별에 대한 노래에요.
3. 보다
지겹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화자가 새로운 것들을 보기로 선택하고 발걸음을 옮겨서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는 내용입니다. 이 곡 만들면서 CD를 제작하기로 결심했어요.
4. 12
늘 해외 팬분들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어요 그래서 영어로 문장들을 써내려가다가 시작된 곡입니다. ‘12’ is for my adorable international fans! It‘s also my philosophical view about love.('12'는 소중한 해외 팬들을 위한 곡이다. 이 곡엔 사랑에 대한 내 철학적인 관점도 담겨있다)
밤 12시에 쓰기 시작한 곡인데 시계를 봤을때 다음날 낮 12시 였거든요. 쉬지 않고 12시간을 작업한 곡은 이 곡이 처음이었어요.
5. 세라리따
이 곡은 실제로 제 침대 옆에 붙어있는 메모지를 가사로 쓴 곡이에요. 저는 이 문구들을 믿으려고도 노력하지만 사실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만….(웃음)
(이해를 돕기 위한 가사 일부 발췌 : 건너 편 저 여자 날 쳐다봐. 경찰관도. 운전 기사도.(I’m so pretty) 시선집중. 그러다가 사고나요. 그런데 난 착하기 까지 해요. 여배우는 뭘 먹고 사나.(…))
6. 하지만 이별(feat 류지웅)
여자와 남자의 이별노래를 남매가 같이 부른 경우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 곡은 메인멜로디 개발을 음대생인 제 남동생이 해줬어요. 처음 만들어 본 듀엣 곡이라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7. 그대는 Only One
작년 크리스마스때 제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곡인데, 제가 만들고 나서도 굉장히 신났었던 기억이 나네요. 랩을 꼭 꼭 해보고 싶었는데 소원을 성취했어요. 비록 나레이션 느낌이 더 많이 나지만요.
8. 마인 (Hidden track)
팬분들을 향한 애정에 대한 노래입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던 곡을)리메이크 한 버젼이에요.
Q. 오랜만에 CDP를 꺼내 트랙 순서대로 앨범을 들었다. 트랙순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나.
전에는 잘 몰랐었는데 직접 앨범을 제작하다 보니 트랙 순서가 새삼 중요하게 다가오더라구요 작업한 곡들을 계속 듣다보니 마치 하나의 스토리로 음악이 연결되는 것처럼, 한 곡이 끝나면 어느 순간 다음에 와야 할 곡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Q. 앨범 수록곡 중 자신과 가장 닮은 곡을 한 곡 뽑자면. 혹은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곡은.
4번 트랙인 ‘12’는 현재 뮤지션으로서의 류세라가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의 총집합체입니다. 좋아하는 코드들, 가사, 감성 등이요. 그런 곡이기 때문에 오랜시간을 한번에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혼자 이 모든 것을 해냈다는 것은 본인에게나 팬들에게나 특별한 의미지만 너무 힘들지 않나. 소속사와의 계약은 생각하지 않고 있는지.
그 사이 연락도 많이 왔었고 직접 회사를 찾아보기도 하면서 이런 저런 고민이 많았어요. 당장에 내린 결론은 일단 ‘현재의 내 철학과 예술적 가치를 쏟아부은 뭔가를 혼자 해내자’ 였어요. 그렇게 나의 현재가 오롯이 담긴 작업을 끝낸 후에는 더 자신감있게 적극적으로 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고요.
앨범 자켓 로케이션 촬영이 특히 힘들었어요. 숲에서 촬영을 할 때는 귀신을 봐서 예수님 이름으로 ‘물러가라’ 했던 적도 있고.(웃음)
촬영팀 차가 숲 속 진흙에 빠져 견인차를 부르기도 하고. 파도에 휩쓸려 갈 뻔한 적도 있고요.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극에 달하면서는 울기도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단순히 회사를 다시 들어가야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흔들리지 않게 내 삶을 지탱해나가 는 것, 그리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켜가는 길이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그런 것들을 새삼 뼈저리게 깨달았아요. 앨범 하나 낸 거 가지고, 너무 거창한 깨달음을 논하는 것 같지만…. 다들 자신의 인생 여정에서 이런 걸 절실하게 깨닫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것이 이번 기회였던 것 같고요.
Q. 동생 목소리가 참 좋다. 얼굴도 잘생겨서 연예인 제의가 무척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
제의는 참 많은데… 두 번째 앨범을 내면 도와 줄 사람이 또 필요하기도 하고…. 그래서 저는 동생의 연예계 진출이 달갑진 않습니다(웃음)
Q.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모습도 보고 싶은데.
“꼭 그렇게 만들게요”
Q. 다큐 참여 등 앨범 외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음악 다큐를 찍어보고 싶은데 그러려면 제가 좀더 음악적으로 성숙해져야할 것 같다. (그 날이)기대됩니다.
Q. 세라의 10년후는? 목수가 되겠단 꿈은 유효한지.
예전부터 책상 없이 바닥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자세한 건 비밀. 목수가 되고 싶은 꿈은 유효해요. 제 녹음 스튜디오를 직접 만드는 꿈을 꿔봅니다.
정윤경 기자 v_v@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