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용

아이 2005.08.29 19:16 read.1025

1.
환상통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나무도 환상통을 앓는 것일까?
몸의 수족들 중 어느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듯한, 그 상터에서
끊임없이 통증이 베어나오는 그 환상통,
살을 꼬집으면 멍이 들 듯 아픈데도, 갑자기 없어져 버린듯한 날

한때,
지게는, 내 등에 접골된
뼈였다
木質의 단단한 이질감으로, 내 몸의 일부가 된
등뼈.


언젠가
그 지게를 부수어 버렸을때,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돌로 내리치고 뒤돌아섰을 때
내 등은,
텅빈 공터처럼 변해 있었다.
그 공터에서는 쉬임없이 바람이 불어왔다


그런 상실감 일까? 새가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떨리는 것은?


허리 굽은 할머니가 재활용 폐품을 담은 리어카를 끌고
골목길 끝으로 사라진다
발자국은 없고, 바퀴자국만 선명한 골목길이 흔들린다


사는일이, 저렇게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라면 얼마나 가벼울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창 밖,

몸에 붙어 있는 것은 분명 팔과 다리이고, 또 그것은 분명 몸에 뭍어 있는데
사라져 버린 듯한 그 상처에서, 끊없이 통증이 스며 나오는 것 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2.
잠식




누가 벌레의 길을 걷기 위해 길을 만들겠는가



누가 푸른 나뭇잎을 갉아 먹고 폐허의 길을 태어나게 하겠는가



걸어온 길, 그 潛蝕의 길이 蠶食의 길이라는듯이



벌레의 길도 몸에서 비단의 실을 뽑는 누에의 길이 될 수 있다는 듯이



이세상에 소멸의 이빨을 박는 길이 어디 있겠는가



모든 길은, 길이 되기 위해 땅 위에 흔적을 남긴다



하찮은 미물이 지나간 흔적도 쌓이면, 길이 된다



보라, 낭떠러지에서 끊어진 길도 山羊의 길이 되어 있다


그 山羊의 길은, 다시 약초 캐는 사람들의 길이 되어 있다


새가 만들어 놓은 저 하늘의 길은 어떤가?


바람이 만들어 놓은 저 허공의 길은 어떤가?


모둔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의 길이 되어 있지 않은 가?


그러나 삽질이 자신의 몸을 갉아 먹는 손톱이라고 느껴 질 때


질통질이 자신의 생을 짓누르는 고통의 암반이라고 기억될때


지하도 바닥에 누운 잠이, 사각, 나뭇잎을 갉아 먹는다


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듯이, 사각, 콘크리트의 나뭇잎을 갉아 먹는다


그 꿈틀거림이 뽑은 실들로 지하도는 어느새 고치가 되어 있다



그 어두운 지하에서의 羽化를 위해, 사각



돌의 나뭇잎을 갉아 먹고 돌의 실을 뽑아 만든 고치에서의 羽化를 위해


사각, 그 날개가 자신을 갉아 먹는 폐허의 이빨인지 알 면서도



사각, 그 탈피가 자신의 벌레의 길의 完成인지를 알면 서도, 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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