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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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마음에 들어오는 영화들 대부분이 '관계'를 주제로 한다. 이미 1988년에 나와버린 이 영화는 다가섬과 받아들임에 대하여 묘한 기운으로, 수채화같은 화면에 묻혀서 다가온다. 차라리 사진이라고 해도 괜찮을 휑한 동영상들은 마음 저 은밀한 곳을 스치며 모두가 가지고 있는 외로움과 고독을 주무르고, 부분적으로 거기서 여성 동지의 '친구먹기'를 동요하며 아주 천천히 나를 내가 사귈 수 있는 배려를 내준다. 여성에 대한 억압된 세상이니만큼 페미니즘에 대한 존재는 인정하지만 영화를 페미니즘 영화의 모태라고 규정 짓는 건 어긋난 주장이다. 인간은 누구나 바그다드 카페이며 이를 여성들의 연대로만 규범 짓는 것 역시 페미니즘이 주장하는 폭력, 여자 마초일 수 있다.
가까이 두고 오래 사귄 벗이 아니라 멀리두고 짧게 사귄 이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살면서 스치는 저들에 대한 배려로 남겨두어도 좋을 만큼 요량이 생기며, 마음이 바다까지는 아니어도 안방의 아랫 묵만큼의 크기 비슷하게 따듯해짐을 느낀다.
오랜 시간 후에 만난 브랜다와 독일여성이 신발을 벗고 저 푸른 초원에서 재회하는 장면은 어떤 장면을 통 틀어서 인간의 상처를 가장 수줍게 핥아준다. 적어도 그 상처가 인간에게 받은 상처라면 말이다. '내 마음 어딘가 바그다드 카페를 만들어 놓고 마술을 익히며 나를 스쳐가는 이들을 위로하면서 살리라!'는 다짐을 하기에 난 너무 이기적이지만, 또한 나는 못해도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되준다면 의미있는 삶이 될 것이라는 속물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한 사람에게 만이라도 바그다드 카페가 되어야 한다는 타의 존재감을 떠올려 본다.
그 아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홀로 고독에 마주쳐야할 아픔들이
내 마음에 선하다
이 아일 생각하며 위로해 준다
고독에 던져지는 쓰다듬들이
너 마음에 선하다
# by 마지막사파티스타 | 2007-03-11 12:15 | 트랙백 | 덧글(1)
출처:[
http://hotida.egloos.com/100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