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0203

아이 2015.02.03 17:49 read.50


1. 타인에 대한 실망은 도장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카드처럼 가슴 한켠에 하나씩 차곡차곡 쌓여간다. 간단한 리셋버튼으로 깨끗하게 날아가는 컴퓨터의 휘발성 메모리와는 다른것 같다. (나는 쿨내쩌는 범자가 아니니까) 예전부터 인간에게 100을 기대하면 꼭 min. 50%은 뒤통수를 맞는 법이라는 자연스러운 체계를 인지하면서도 그 병ㅋ신ㅋ 같은 일례를 반복하며 적립하고 있으니 나도 참 답답한 족속이긴 하다는 (웃음) 혀끝으로는 그려려니를 중얼거려도 쉽게 놓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건 거추장 스러운 일이다. 그냥 포기하면 편하고 귀를 닫고 살면 그만인데. 물론 타인과의 관계에서 티끌을 마주치고 싶어하지 않는게 내 결벽증적인 습성(..)에 기인한거라 어쩔수 없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저렇게 꿈틀대면 꿈틀댈수록 상처받고 너덜거리는건 상대가 아니라 내쪽이다. 그러함으로 인하여, 나는 처음부터 결정하고 만다. 인간에 대해 내 신뢰를 전적으로 헌사하는 멍청한 짓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채치수 선생(a.k.a 영신이 아버님)께서 "그래도 사람은 사람을 믿고 사는거다. 믿어줬는데 뒤통수 칠 놈은 오십명에 한명. 그 한명때문에 나머지 사십구명을 의심하지 말고 살아라." 는 명언을 남기셨지만. 뒤통수 한번에 침하될 데미지를 피하고만 싶어서 나는 끝끝내 '안믿는'쪽을 택하고야 만다. 그게 나에겐 제일 쉽고 편한 일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나는 또 믿고, 또 다치고 또 다시 숨는 일을 반복하겠지. 이젠 어릴때처럼 누군가들에게 내 상처들에 대한 책임을 운운하지 않을것이다. 어차피 그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게 우선이라 나 따위의 안위를 염두하지 않으니 말이다. 내 마음이 병이 들지언정, 나는 그들에게 내 한켠을 절대 내어주지 않을것이다. 그것이 내가 현실을 살아가는 건강한 방식이라는것에 점을 찍으면서 이렇게 내 생채기에 한번더 눅진 약을 발라보고 입김을 불어넣는다. 치솟는 화를 잠재우고, 더이상의 마음을 접어두라는 움직임으로. 그리고 나는 이렇게 또 문을 닫고 단단하게 잠가놓은 걸쇠를 확인한다.


2. 물론 상대가 나에게 100% 이상의 헌사를 하는 표면적인 액션을 취할때마다, 쉽게 홀랑홀랑 잘 넘어가는 나는 또 100%의 것 혹은 그 이상을 훌렁훌렁 넘겨주지만 ㅋㅋ 상대가 5할 정도를 준다고 하면 나는 거기서부터 그 5할의 지분을 계산하며 상대에게 그 이상의 것이 넘어가는것을 경계한다. 100 이상의 헌사를 하는 상대들은 내게 왜 내게 자신이 전달하는것 이상을 주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는데, 꼭 타율을 계산하는 쪽에서는 언제나 '네가 먼저'와 '너의 책임'이라는 단어를 던지며 나를 시험대 위에 올려놓는다. 내가 테스트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 여기서부터 내 진심의 바운더리는 중국발 스모그마냥 희끄무레하게 증발되어간다. 그들이 원하는것은 자신의 기준에 적합한 나 (라고 쓰고 모델A라고 읽음) 라는걸 깨닫게 되니 말이다. 그 생각에 사로잡힌 순간부터 나는 사막의 도둑괭이처럼 그들을 경계한다. 그들의 기준에 적합하지 않게 판명되는 순간 나는 그 관계에서 가볍게 잘라내질 꼬리가 될 것임을 직감하게 되니 말이다. 잘려지는 순간의 절망을 감내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스스로 잘려나가는 부분을 이해하며 기다리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어떤 단어로 나를 꾀어내던지 또는 상처를 주던지 간에. 그들에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웃어보이는 '자연스러운 평이함'을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서 말이다. 그것이 인간 세상에서 '평범하게' 적응 할수 있는 방식이므로.


3. 근 2주를 버티다가 끝내는 항복을 선언하고 치과로 향했다. 통증 상태에 어느정도 예감은 했지만. 뿌리까지 단단히 썩은데다가, 너무 방치해서 신경통로까지 퇴화된상황(..)이라는 진단을 받은것에 다소 충격을 받았다는. 치과는 돈 도 돈이지만 신경치료할때 '매번' 맞아대는 마취주사가 너무너무 싫어서 가고 싶지 않았는데. 더 버티다가는 예전처럼 눈물이 쏙 빠지게 울면서 아침부터 치과로 달려가는 미련곰퉁이짓을 할까 겁이 나서 그냥 2주 버티고 항복했다. 역시 첫판부터 마취주사를 펑펑 맞고 턱이 빠질때까지 이 바닥을 긁어내는 드릴질 소리를 듣게 되니, 더욱더 피로한 몸뚱이가 더더욱 늘어짐. 아침도 굶고 점심도 굶고 겨우 빵 한쪽 먹으려고 했는데 입을 벌릴때마다 느껴지는 그 얼얼(하다고 해야하나 여튼 애매모호한 그 느낌)함 때문에 씹는행위는 포기하고 라떼만 겨우 입술 한쪽으로 홀짝홀짝 들이밀며 배고픔을 달래었다. 이제 마취가 풀려가고 있는데, 풀림과 동시에 달려오는 애매한 통증이 느껴지니 더더욱 식욕이 떨어진다. 비어진 위장에 무언가를 채워넣어야 하는 행위가 반복되어야 하지만 (더군다나 나는 '먹는다'라는 행위에 집착하는 탐욕즘승) 진정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열어놓은 빵 봉지를 귀찮은 손길로 닫아버린다. 통증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빈속에 처방받은 항생제를 삼키며 귀찮은 배고픔을 달려 보고자 한다. 그저 끝나고 집에 가서 우리 여사님의 따뜻한 된장찌게와 밥을 먹을수있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음. 아 집에 가고 싶다. 아부지 엄마 보구 싶다. 늘어지는 몸뚱이로 오늘은 더이상 인간과의 쟁투 (말이 많은 인간들을 상대하는 파트에서 느끼는 피로함) 를 하고 싶지 않아 울려대는 전화기에도 가슴한켠이 꿀렁꿀렁 육포처럼 눌려진다. 아 집에 가고 싶다.  

// 귀차니즘으로 서치를 포기하고 예전에 갔었던 회사 2층의 치과로 갔었는데 무슨이유인지 의사님이 바뀌었음 (그때 의사님이 그럭저럭 괜찮았던거같은 기억) 첫판부터 신 시술법이라는것으로 나를 낚으려고 하는 신규 의사님의 태도에 '이런 장사꾼'이라는 편견이 쌓아지더니. 신경 줄 하나를 못잡아서 다음주로 미뤄야 한다는 답변에 '이거 돌팔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름. 편견은 나쁜거라고 하니 완전한 판단은 차후 신경치료후로 미뤄보고자 함. 과연 목요일에는 이 고통의 사이클을 완주할수 있을라나. (그때에도 못찾으면 또 그 다음주가 되것지)

4. 업무 데스크탑을 바꿔버리는 바람에 5년치 메일 복구 하느라 근 일주일을 피똥-_-싸면서 겨우 마무리 했는데 (XP와 호환이라고는 니 입에 처넣으라고 하는 엠에스의 지랄같은 태도에 정말 고생고생겨우겨우 옮겨놓았지만 젠장할 60G 용량의 압뷁때문에 내일 아침게도 일찍 나와서 유실된 부분을 복구해야할듭) 오늘 갑자기 고용주께서 어디선가 또 삘을 받으신건지(2년 주기로 삘을 받는) 업무 현황 시스템에 대한 고찰을 논 하여, 또 나에게 새로운 일거리를 선사해주심. 예전에도 이야기 되었던 것이지만. 그때에도 신식 시스템을 도입하여 '실시간 피드백'을 하길 원하여서 아주 한달을 피똥-_-싸면서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한달만에 아무도 보지 않고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 조용하게 사라져 버리고 말았던 흑역사를 내가 조심스럽게 리마인드를 하였으나 그래도 굳이굳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다는 염원을 접지 않는 상황이라 잠시 멈추었던 피응가-_-를 또 다시 이끌어 내야할 하드 타임에 돌입해야할듯하여 머리가 지끈거림. 아 정말 내가 잠깐이라도 평온한 상태로 돌입하는 꼴을 못보는 이 족속들은 정말 너무 하고 너무하다고 소리치고 싶다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거나 고용주가 까라면 까라는 말에 수긍할수 밖에없는 힘없는 노예의 입장으로서 산을 원하면 사막의 모래를 파서라도 산을 만들어줘야함 ㅋㅋㅋㅋㅋㅋ... 나는 정말 진심으로 아무리 FEEDBACK 현황판을 작성한다고 해도 처리자 '모두'가 바지런하게 현재 상황을 COMMENT 하지 않는 이상, 그 물건은 소용이 없는것이라고 정말 진심을 다해 호소하고 싶지만 어쨌거나 고용주들은 편한것 = 내눈에 보이는것 (regardless of 니 개고생)을 원하는것이니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 아무리 3월에 직급을 올려준다는 대사로 나를 달래려고 해도 그딴건 필요없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편하게 살고 싶다 ㅠㅠㅠㅠㅠ  그냥 너무 빨리 올리면 올라갈데가 없는 순간에 팽당하는게 순식간이니 위기감만 더 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래 애들이 치고 올라오면 어느순간 쓸모없음 아디오스 되는거라는. 아 진짜 경쟁과 경쟁이 없는 시골에 내려가서 밭일이라도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이런 체계를 체감하니 숨이 턱턱 막혀온다는.

5. 어쨌거나 어제 오늘은 힐요일이라 다행. 진짜 누구말마따나 월요병이 힐요일로 없어지는 묘수아닌 묘수상황이ㅋㅋ 진짜 어제는 18꼭지 중에 엄지손가락을 꼽을정도로 최고로 쫄깃하고 찰진 전개를 보여줘서 힐요일을 목빠지게 기다린 민초의 마음을 흡족하게 적셔주었다는. 아 이래서 내공이라는걸 무시할수가 없나보다. 지지난주부터 '서비스'로 올려주는 대본을 받아보면서 송지나 누님의 저작물에 감탄 또 감탄을 날려봄. 영상 완품이 아닌 오롯하게 대본의 '글'로 평가할지언데 지문에 세세하게 적힌 사물의 배치, 작중인물의 소소한 행동같은게 하나씩 그냥 넘어가는일이 없다. 너무 쫀득하게 잘 써있어서 보는 내내 경외감과 투기로 뒤틀린 위장을 감싸쥐느라 혼났음. 더군다나 우리 부모님 또래의 연배에서 얻기 힘든. 속칭 '꼰대질'이 없는 시야 - 군더더기 없는- 를 보며 감탄 또 감탄했음. 내가 이 나이가 되어도 이런 감각을 유지할수 있을까? 싶어서 또 위장이 베베 꼬임. 아 갓지나 ㅠ 찬양함. 난도질 당한 와츠업을 보면서 선생님을 과거로 패쓰래버리려던 우매한 이 족속을 마구마구 때려주시어여. 무릎이 닳도록 반성하겠나이다. 흑흑

17회 마지막, 4대보험아저씨(..)의 살해 현장에 있던 정후를 마주하고 불안한 오해를 하게 되는 영신이. 누구나 그러하듯 단단하게 내세운 '내 사람에 대한 믿음'과 '눈에 보이는것'의 괴리감에 몸부림 치는데. 정후 또한 영신이를 아끼는것 만큼 자신의 그늘진 부분을 보이고 싶지 않았음에도 그 모습을 마주하였을때 튀어나오던 영신이의 얼굴을 보며 어찌할줄 모르고. 먼저 다가갈수는 없어 영신이가 먼저 물어보길 기다리며 바라고 있었다는. 하지만 그 답답한 비 소통의 상황을 넘어, 아주 간결한 질문과 답변으로 상황을 종결하는 우리의 신여성 채영시니 ㅠㅠ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운데다가 어른스러워. 아 나는 또 어제 영시니한테 또 반해버리고 말았다는. 오늘자 예고는 정말 불안과 초초로 예측되지만 이 뚜껑을 딸수밖에 없는 상황. 이 멋지고 찰진 이야기가 꼴랑 3개밖에 안남은 상황이 너무 슬픔.. 더군다나 내가 보기 시작한 시점부터 청률개새(..)가 떨어지고 회복하지 않아서 더더욱 슬픔 ㅠㅠㅠ 난 진짜 마이너 취향인건가 내가 보면 왜 다 떨어지는거 (진심 눈물) 하여튼 한번은 꼭 시간내서 힐러 얘기를 풀어내고 싶음. 너무 바쁘고 정신없어서 짤을 쪄낼 틈이 없네. 진짜 짤로 끓이고 싶은 장면이 무궁무진한데. 아 진짜 깨고 싶지 않은 꿈이다. (다음주면 끝나겠지만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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