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서

아이 2004.04.20 22:58 read.131











아주아주 미세하고 교묘하고
좁게 만들어놓은 대롱에다가
옴짝달싹 못하게
'가두어져 있는것'같은 기분.

하루종일 뭉근하게 따라다녔어.
어두침침하고 얇은 그림자처럼.







막연하게 앉아서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꼼지락꼼지락 뇌세포속에 쑤셔넣어도
미세한 '막'에 가로막혀 튕겨나와 -
'무능'을 감지할때의 까마득한 통증이
아주 조금씩 나를 갉아먹고 있었어.







슬퍼서.
그게 너무 슬퍼서.
그냥 앉아서
슬퍼했는데
울다가
못울어서
오른팔을 책상에 던져놓고
파르르 휘청이는 이마를
조심조심 맞닿아 재웠는데
얕은 미열이 스며들어와.
오른팔이 쓰라릴정도로.







마음은
잃어버리고
고통도
앓아버리고
결국엔
슬퍼서
오늘은
슬퍼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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