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었던 로맨스 소설에서 비롯한 짤막한 담론.
그 로맨스물에 등장하는 여자주인공은 방년 23세, 연애경험 전무 (매번 나오는 애들이 그렇듯) 성격은 다소 평이하지 않은 타입(하지만 사실 엄청 착하고 반듯하지만 성깔도 있다!) 얼굴은 자신의 표현으로 평균에 미달한다고 하지만 미사여구들에 미루어 짐작하건데 꽤나 반반한 타입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표현으로는 눈동자는 까맣고 머리카락은 하늘거리고 팔목은 상당 얇음 (남주인공의 손아귀에서 벗어날수 없는 년약함의 상징) 등이 있음) 하여튼 이 처자가 대학때문에 서울로 상경하여, 엄마친구댁(상당 거대한 백화점 그룹의 사모님)에 더부살이를 하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여기서 우선 등장하는 주요 남성등장인물 둘.
남A(29세): 엄마친구 큰아들, 백화점 전무이사, 성격이 다소 까질. 그러나 외모 준수
남B(18세): 엄마친구 작은아들, 고등학교 3학년, 성격이 다소 까칠, 그러나 얘도 외모는 준수 (..)
여자애가 그 집에 기거하는 조건이 남B의 개인가정교사 라는것. (이런 애국가 가사같은 설정을(땀) 이에, 여기서 탐독을 중지하려 했으나, 남A의 성격 ('성격 다소 까질')을 고려하야 좀 더 인내심을 발휘하려 함) (까칠 남주에 대한 개인적 취향 강렬 (이런거 새디즘? (땀)) 하여튼, 남B는 상술한대로 예의를 다소 상실한 캐릭으로 과외하기 수월한 타입은 아니였음. 또한, 남A는 첫등장서부터 프라이버시 침해의 불쾌감을 면전에서 강조하는 까칠한 인간(당연히, 남B를 얼르며 수업하는 와중에 발생하는 소음으로 여자애에게 ㄱㅈㄹ을 일삼는다 (니네집에 가라는둥 다소 저차원적인 갈굼 등)) 그러나, 여기서 예상하는데로 남A의 까칠까슬한 면박뒤에 모호한 표정과 알수없는 침묵등이 이어지며, 다소 여자아이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꼬물꼬물 올라오고 있다 (항상 남A같은 남자들은 나이 29먹고도 이런식의 감정에 상당히 서툴다. -ㅅ-) 여기서 또 설마 하는 우려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위기의 뉘앙스는, 바로 남B의 변화. 툴툴 하면서도 여자애에게 고분해진다. 누나라고 하는 말에 발끈한다. 이럴수가, 남B도 여자애를 사모하게 되는것이다 (..) 하지만 우리의 여주인공께서는 이 둘의 이런 마음 전혀 알지 못하시고 (항상 그렇듯 이런 언니들은 다른것에는 소질이 많은데 애정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눈치가 전멸일세) 그들이 자신에게 툴툴거리는것은 타고난 싸가지. 즉 원래 재수없으니 그러려니 하며 그들과의 투쟁씬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 여자아이도 점차 남A에 대한 투쟁이 점차 모호한 응응으로 변환하기 시작한다 (사실 여기엔 무슨 특별한 계기따위는 없다. 그저 싸우다 정드는것.)
이쯤에서 뜬금없이 등장하는 제 3의 남자
남C (23세): 여자아이의 과 동기, 여주인공에게만 친절함, 얘도 외모는 상당 준수(...)
남C는 개강날 보자마자 여자애에게 뜬금없이 친한척하는것으로 등장. 상당 딱딱한 성격의 소유자인 여자애는 또 얘의 친한척에 말려들어 친해지고 마는데, 왠지 남C의 등장이 불필요하거나 석연치 않다는 의심에서 벗어날수 있는 단 한가지의 추측은. 오호라, 이놈도 여자애를 사모하는 인류일세 (면접날에 곤경에 처한 행인를 구해주는 여자아이의 오지랖을 보며 첫눈에 애정질 하였다는 고백을 훗날 기술하였음) 여기서, 독자는 '아, ㅆㅂ. ㅈㄴ 복받은 ㄴ 이네'라는 육두문자를 감출수가 없어진다. 세명이나 한 ㄴ 을 좋아하다니, 이건 2인의 미덕인, 로맨스물의 상도를 넘는거라고! (혼자 읽으면서 이렇게 혼자 절규하는 1 ㅅ)
뭐 그리하여, 남A는 점차 여주인공의 또랑함에 홀려서 (자신의 줄기찬 갈굼과 면박을 감내하는 인내심에 탄복한것으로 추측) 또한 여주인공도 남A에게 홀려서 (솔직히 그런놈에게 안넘어 가는게 이상하잖아?) 둘이 교제를 하기 시작하는데- 남B의 거친 반발 (이런 속 없는 인류, 자기 형을 좋아라하는걸 알아도 자기는 계속 좋아할꺼란다. 여기서 또 상당히 많은 독자들이 '아, ㅆㅂ. ㅈㄴ 복받은 ㄴ!!!'을 내뱉고) 과 남A의 배경에 등에 대해 여자애는 상당한 압박을 받으며, 관계를 정리하고자 한다. 사실 이 시점에서 다소 찌질감에 가득한 흐름을 보이고 있음. (지가 힘들어서 싫다고 돌아서놓고서는, 남A가 차갑게 굴면 혼자 찌질거리며 슬퍼하고, 사실 그게 아니라 자신을 아직 좋아라하는것이였다는걸 알게되면서 또 혼자 찌질거리며 좋아한다 (얘 뭥미?) 뜬금없이 등장한 남C는 힘들어하는 여자애의 곁을 지키며 (갈데없는 애한테 집도 제공한다. 남C의 마음을 전혀 파악치 아니하는 여자애는 또 그집에 신세지러 간다 (얘 진짜 뭥미?) 하여튼 후반부는 남A와 잘되는것으로 마무리!
이 이야기에서, 여자애가 그 남자를 떠나게되는 결정적 이유는 '자존심' 이란다. 재벌부모가 반대해서도 아니고, 빚더미에 앉아있어서 돈받은것도 아닌 그저 '자존심'때문에 헤어지다니, 뭐야 억지! 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만. '이제까지 누구를 이렇게 좋아해 본적이 한번도 없는데, 나는 나 스스로를 너무 사랑해서. 나 이외의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하는것이 겁나. 당신같이 대단한 사람 앞에서 항상 초라해지는 나를 감당할수가 없어. 이렇게 좋아하는 내 마음보다 당신의 마음이 먼저 끝나면 어쩌지?'라는 여자아이의 말을 읽고 있노라니 완전히 그 마음이 어떤건지 닿아지고말아서 울컥해졌다. 그저 좋아하는 마음이 좋은 마음으로 단순히 받아들여 지는게 아니라, 그 감당할수 없는 좋아함의 무게때문에 번민하고 아파하는것이 더 마음아프다. 이런건 흔히 '이해할수 없는 마음'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나는 더 억울해! (여기서 내가 그러하였다는것에 감정을 지나치게 이입하는 본인)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좋아함이 이어지는 단순한 소통만으로 행복해 질수 없다. 상대방과의 논쟁이나 견해차이 같은 말초적인 이유 말고라도. 그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나'의 무게를 견디는 스스로를 마주할때, 처음 알게되는 그 마음의 무게를 생각하면 그 실체의 두려움을 견디기 힘들다. 나는 그 아이의 이야기에서 그 두려움을 읽어내고, 같이 마음이 아파졌다. 이런건, 꽤 솔직한 얘기 아닌가?
하지만 도망치지 말고, 내가 마음을 '노출'시키는것을 측정하지말고, 그저 똑바로 서서 같이있는 사람을 바라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 마음은 선명해진다. 언제고 내게 등돌려 걸어나갈것이라는 불안감은 점점 사라지고, 내 뺨을 감싸쥐는 손의 온기나, 그냥 아무뉘앙스 없이 '밥 먹어'라고 말하는 말속의 온기를 그대로 느낀다. 그 사람에게 향해있는 마음을 가감없이 감싸안으면서, 또 내게 향해있는 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네가 속해있는 이 세상에서, 너와 같이 걸어가고 있는 모든것을 좋아한다. 너를 사랑하는것 만큼, 나를 더 사랑하게되고. 그 이상으로 나스스로를 아끼고 너를 아끼게 된다.
연애 4년차의 중간 보고서 (웃음)
덧
1.
또한 그분의 한 말씀
http://hotida.egloos.com/1854448
2.
하지만 항상 투쟁할때는 거칠게 (킥킥)
3.
보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