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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2008.06.14 00:04 read.121

















오늘 브로콜리랑 고래부인 질렀다 (꺄아아) 이젠 상품권을 돌이킬수 없어! (누구에게 하는 소리) KM과 맥주일잔(사실 두잔) 했더니, 소주 반병이 '딱' 모잘라. 다소 어질어질한 머리를 붙잡고, 간만에 어른행세 한답시고 부착한 허리를 꽉 둘러맨 후믈후믈 원피스와 5cm의 힐. 힐 바닥에 눌러붙은 (나의 몸무게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는) 열 발가락이 꾸엑꾸엑 비명질을 쳐댔다. 아프다. 소주 반병이 모자른 기분은 불현듯 (인간의) 본질적인 고립감을 선사한다. 발가락이 아파서 외롭다는 기분의 본질이 부풀어 오른다. 외롭다. 이건 다 소주 반병이 모자르기 때문이다! 딱 반병만 먹었으면, 그러나 그 흔한(사실 그렇게 흔한것도 아니고) 불시에 불러 트레이닝복 차림에 소주를 같이 마셔줄 동네친구가 없다. (물론 돈은 50%씩 부담. 내가 마시자고 해서 내가 턱하니 술값을 계산하기엔. 내 지갑은 얇고, 나의 머리는 속물계산 수식으로 가득차있다) 그렇다고 혼자 포장마차에서 술을 홀짝이는건, 드라마에 나오는 삼순이같은 언니들이나 할수있는 고단수의 내공이다. (대한민국의 갑녀중에서도 전형적인 갑녀인 내겐 아직 그런 내공이 없다) 갈망하는 알콜의 부재는 점점 더 욕구불만을 가속한다. 고립감. 나는 외롭다. 아니 외로웠다. 적어도 6월 13일 10시 44분 부천 상동의 세이브존앞 사거리를 걸어가는 나는 외로웠다. 친숙한 인간의 체취와 목소리를 접해도, 채워지지않는 1%의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1%보다는 조금 더 많을지도) 조용히 발음하는 '스물여섯'이 전혀 내 나이같지 않아서 아무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나는 진정 '스물여섯'인것인가(씨발). 나이를 먹는구나, 이런것들. 이런 잡다한것들을 곰씹으며 나는 체감한다.  어른이 되는거야!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다. 내가 열여섯일때, 상상한 스물여섯은 (혹은 내가 쳐다본 스물여섯의 여성들은) 좀 더 나아보였는데, 실제 스물여섯인 난 열여섯과 차이가 없다. 여전히 젓가락질을 못하고, 여전히 투덜거렸으며, 여전히 통실했고, 여전히 버엉-한 사고방식을 갖고있다. 인간을 사랑하고, 좋아하는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런건, 다들 알고있겠지만 하나씩 손톱끝에 메달고 있는 각질같은거다. 좋아하진 않아도, 어차피 생길수밖에 없는것. 인간을 사랑하고, 삶을 갈망해도. 어쩔수 없는것. 그래서 더 절실하게 이 순간이 외롭다. (그러면 안되는거니까)  소주 반병을 채워넣으면 이 황망한 감정을 수그릴수 있을까? 그럴까? 5시45분에 껴넣은 소프트 렌즈가 계속 눈알에서 뻑뻑거린다. 신체의 솔직한 감응앞에서 이딴 감정적 토로가 무얼해결해주랴, 꾸물꾸물. 와인마시러 가야지. 더우니까 얼음 넣어서 마셔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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