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814

아이 2008.08.14 10:50 read.27
















김승옥의 '강변부인'은 비루한 나의 정신체계에 거대 돌덩이가 풍덩 투신된것만 같았다. (컬쳐쇼크! 하지만 이건 지난 월요일 (어른들)라이브카페에서 온몸 댄스질인 취객을 보며 P가 투덜거리던 '컬쳐쇼크'와는 전혀 다른 뉘앙스다) 동네 경인문고를 뒤져서 찾아낸 그의 전집 1권. 나는 두근거리다 못해 경외로운 마음까지 품으며 머리글을 읽었다.(이 머리글은 1995년에 쓰여진 것이다)


그는 대학 2학년때 데뷔했으며, 손에꼽히는 저작물들은 (질풍노도의) 이십대때 대부분 쓰여졌다. 알려진바에 따르면 80년대에 절필했다 . 1981년 속칭 '주님의 계시'를 받아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근 20년간을 글을 쓰지 않았다. 여기서 포인트, 그러니까 그 빌어먹을 초점은 '주님의 계시'를 받은 이분의 변모이다. 1995년의 그는 이렇게 말한다. '소설은 내게 직업 이상이였다. 주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어떻게 됐을꼬. 1980년대 그분이 내게 인도로 전도를 가라 명해서 그리 하지 않았다면. 소설을 계속 썼을지도. (이 부분에서 눈썹 한쪽이 점차 꿈틀대기 시작) 머릿글의 두페이지를 넘어가는 내내 온통 '강림하신 그분의 광영'을 읊조리는 그의 이야기가 나를 너무 불편하게 했다. 특히 '내가 주님을 만나지 않았던 1960년대의 글을 보고 있노라면 연민의 기분까지 든다'라는 구절은 정말 나를 짜증나게까지 만들었다!


이 사람이 그 사람 맞는건가. 인간의 (전형적인) 타락의 정점에서 (질풍노도 의) 스무살 초입 특유의 '까슬거리는'관점으로 따닥 따닥하게 이야기를 하던 그 사람이 맞긴 하는거냐고. 아무리 삼십년의 세월을 넘었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생명연습'에서 '자신의 섹스를 잘라낸 목사'구절을 읽어내면서 자꾸 '그분을 만나지 않은 내 스무살이 가여워' 말이 생각나서. 아 씨발 진짜 울고싶을 지경이다! 이건 다 전두환때문이야. 그 빌어먹을 새끼가 사람 여럿 병신 만드는구나. 병신을 만들어! 울컥한것들이 가득찬 그 시대를 통과한 내 사랑은 이렇게 변질되어 내마음을 쓰리게 하네. 그저 나는 그의 스무살 시대에 가득 쓰여져 있는 글들을 감싸안고 지나버린 시간속에서 살아있을 그 이야기들 '만' 좋아할테다. 이제 이 머릿글은 다시 안읽어야지. 첫사랑의 뒤통수를 잘못 밟았을때마냥 기분이 너무 우울해진다. 그래도 실망하지 말아야지. 실망하지 말자고 뇌까린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은 아직 살아있지 않은가. (하지만 우울한 기분이 상쇄되지는 않는다. 첫 만남이 너무 강렬해서 인건가, 그이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거대해서 인건가, 아니면 불변하는것에 대한 '당연한 사고방식'을 너무 어릴때부터 학습시켜서 그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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