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909

아이 2016.09.09 17:53 read.29





어떻게 지나간지 모를 일주일을 손가락 사이에 모래를 스치듯이 지나쳐 버리고 금요일 퇴근 30분 이전에야 겨우 정돈의 몇마디를 건넬 틈이 생겼다. 기록의 의무감에 의거한 일인지 배설의 본능에 의한것인지 정확한 사유는 불분명하다. 그저 쓰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쏟아내는 것일뿐 자판을 투덕투덕 누르는 순간에도 시간은 또 흐르고 있다.

9월 2일 새벽 3시 어디 즈음을 기점으로 할머니가 더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엔 아직 이른것 같다. 일주일. 24시간 내내 비탄과 슬픔에 빠져 있는건 아니다. 생각을 하지 않는 70%의 시간동안은 (장례식장에서도) 평소처럼 먹고 이야기하고 허기지고 화를 냈지만. 때때로 사진을 마주하게 된 새벽의 시간이나 문득 눈을 감고 있을때 스치는 과거의 영상들을 반추할때마다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입관의 시간에 미동도 없이 누워있던 할머니의 얼굴도 봤고, 끝내는 자그마한 항아리 속으로 돌아가신 이후에 천안의 선산에 할아버님의 옆에 뉘어지시는 것도 봤지만. 아직도 나는 이 모든게 비현실이라고만 느껴질때가 더 많다. 지금도 집에 가면 쇼파에 앉아서 티비 홈쇼핑을 돌려보며 무어라 무어라 쏘아붙이신다던가, 밥도 안먹고 방에 틀어박혀 진종일 잠 자고 있는 나에게 쩌렁한 기운으로 잔소리를 퍼부어 주신다던가. 아니 이미 이 모든건 할머니가 병원에 들어가신 이후로는 비현실이였지만. 힘들고 괴로우셔도 좀 더 계시면 좋았을텐데. 라고 생각하는건 나만의 욕심일 뿐.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는 부족하지 않은 돈과 많은 자녀들의 애정을 가진 남 부럽지 않은 노후를 누리는 행복한 환경을 가졌지만, 항상 부족하고 결핍되어있는 사람이였다. 그리고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일과 자신이 바라는 일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였다. 그리고 그 성향때문에 항상 외롭고 고립되어있었다. 나는 솔직히 할머니가 나를 사랑해주었는가 라는 질문에 무어라 답할만한 것을 갖고 있지 못했기에 그 오랜 시간을 반목하며 지냈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항상 그 외로운 모습과 비틀린 마음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두려워 했다. 내 혈관 깊숙이에 자리하고 있는 성향은 오롯하게 물려져왔으니. 나는 항상 내가 그것에 정복되어 전도될까봐 애쓰고 경계하지만 그 외로움과 고통을 떨쳐낼수는 없었다. 할머니 또한 그러하셨으리라. 그 많은 시간동안 스치던 할머니의 외로움이 할머니의 부재 이후 한순간 나에게 물밀듯이 밀려들어와 지나간 나의 잘못을 후회하게 만들었다. 그 모든것은 나의 잘못이다. 그저 그렇게 따가운 단어들을 마주한다고 하여서 냉랭하게 귀를 닫고 돌아선것은 엄밀히 나의 오만이였다. 좀 더 다정하게 얼굴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들어드렸으면 더 좋았을텐데. 티비를 보고 계신 쇼파의 옆에 말없이 앉아서 그저 시간을 같이 보내는것 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을지도 모를텐데. 헤어짐이 이렇게 쉬운거라면, 정말 예상치도 않은 순간에 마지막을 마주한다는것을 알았더라면. 말없이 한번 더 안아 드렸을텐데. 지지난주에 침대 위에 누워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은게 마지막이였다면 그때 좀 더 좋은 말을 건네 드렸어야 했는데. 어렸을때 같이 살았던 시간을 빼고 머리굵고 근 10년을 같은 집에서 살았지만 마음을 다 내어드리지 못했다. 나는 그 시간이 너무나 후회되고 죄스럽다는것을 지나간 다음에야 겨우 깨닫게 되었다. 이런 우둔하고 미몽한 인간이 또 어딨으랴.


아버지를 생각하면 더 마음이 아프고, 마지막을 같이 보내지 못하셨을 그 마음을 헤아리니 또 슬퍼진다. 아버지가 덜 상처받으셨으면 좋겠다. 입관식에서 할머니의 어깨를 내려놓으며 눈물을 보이시는 아버지의 얼굴을 생각하면 너무너무 마음이 아프다. 계실때 잘해야지. 부모님과의 헤어짐은 또 먼훗날이겠지만 그것또한 예정된 일이니까. 강한 어른이 되고싶다. 진짜 나는 누군가를 지켜줄만한 사람이 되고 싶다. 할머니를 생각하면 보고싶다. 죄송스러운 마음이 가득하다. 사진속에 계신 얼굴을 바라보면서 지나간일들을 떠올려보는건 허무한 후회일 뿐이다. 부디 할머니께서 더이상은 외롭거나 슬프지 않기를. 내세를 믿는건 아니지만 그 곳에서라도 외로운 슬픔을 떨치시기 바랄뿐이다. 나는 또한 할머니와 같은 괴로움의 길을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음을 더 단단하게 꾸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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