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605

아이 2018.06.05 14:52 read.18


조카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진세의 사념이 씻겨내려가는것같다. 이쁘고 또 이쁘다. 너무너무 이쁘고 귀여워서 앞으로 세상만사 걱정거리나 근심없이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세상이라는게 얼마나 그지같고 ㅈ 같은 일이 많은지는 살면서 겪겠지만 그런거 없이 그냥 마냥 좋은거만 있으면 좋겠다. 내가 태어났을때 분명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하셨겠지 (물론 지금도 그렇게 걱정하시겠지만) 그래서 마음이 아프거나 괴로운 일이 있으면 더더욱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렵다. 머리가 아파서 두통약을 삼키고. 피곤에 쩔어있는 눈을 계속 부비고 있다는 등의 사소함을 어떻게 토로할수 있을까. 세상은 피곤하다. 피곤하고 또 피곤한 일의 연속이다. 매일 매일을 피곤하다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다보니 볼따구에 붙어있는 먼지마냥 일상적이게 되어버렸다. 항상 피곤하다. 이젠 뭔가를 생각한다던가.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개선한다던가. 누군가들을 신경쓴다던가 하는 일련의 절차들을 고민하는것 자체를 하고싶지 않아진다. 그냥 모든 인간들이 귀찮다. 내면의 괴로움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것이 누군가의 위로를 꾀하는 것이라면 그 일상의 언어들 또한 귀찮고 버겁다. 이젠 진짜 결단을 해야하는것인가. 그냥 아무나 와서 내 목을 댕겅 잘라주었으면 좋으련만 결단을 고민하는 일도 피곤할 뿐이다. 그냥 버티고 버티는것 이외엔 텅 비어버린 공간의 의자같이 놓여져 있다. 무언갈 해야한다는 생각은 많은에 할수가 없다. 눅진 곰팡이같은 자아로 무엇을 꾸려갈수가 있단 말인가. 언제쯤이면 이 병은 나아질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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