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24

아이 2019.02.24 23:02 read.33


1.
항상 불안하고, 결핍되어있다. 사랑을 주지 않는 부모의 정서적 학대로 불안한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으레 붙는 증후군이라는데.  부모님에게 부족하지 않는 사랑과 관심을 탈탈 털어 부어내린 화병의 꽃처럼 살아왔던 인간에게 찾아오기엔 적합하지 않은것이다. 상실된 자존감이나 근원을 짐작할수 없는 불안감으로 부어가는 결핍을 채워낼수 없는 연쇄반응같은 질환은 감히 그들에게 드러낼수 없으니 열심히 결핍되지 않은 비현실을 창조해 내는것이 이 죄책감과 부채감을 벗어날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면서 연신 단단한 표면을 구축하고 또 구축하였다 외형을 단단하게 쌓아갈수록 내면의 빈 공간은 점점 커지고 메워갈수 없는 그 결핍을 불안해 하고 또 불안해 했지만 채워질수없었다 근원적인 고독이나 외로움은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강하지 못한 스스로를 비난하고 나약함을 경멸하였다.

2.
그러니까 이건 정말 문득, 문풍지가 옅은 바람에 사각사각 흔들리다가 낱개바람에 한귀퉁이가 푹 들어가게 된것마냥. 힘껏 달려 멈추지마. 내 손을 잡고 이제 천천히 눈 떠봐. 문득 그 속삭임을 듣고 난 뒤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위태하게 발 끄트머리로 버티고 있던 곳이 바스락 거리는 낙엽처럼 지나가는 그 순간에 펼쳐지는 파란 하늘이 쏟아져 내렸다. 내 몸뚱이는 어두운 방 안이였는데, 너의 손을 잡고 있던 그 순간은 언덕위의 바람이였으니까.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였을 것이다. 알지못했던 그 언젠가 부터 마음 한켠이 무너져 내릴때마다 나는 찾고 또 찾았다. 언젠가는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것들을 끝내버릴 날이. 언젠가는 꼭 찾아오게 되리라. 무익한 목덜미에 올린 손. 칼날을 쥐어주었으나 내리눌를수가 없는 무익한 손가락. 천을 잡아맬수 없는 매끄러운 천장을 바라보는 허탈한 시선같은것들은. 사실 날 지탱하는건 비뚤어진 인간을 만들어냈다고 느끼게될 부모의 폐배감을 현실화 시키고 싶지 않다는 오기인것이다. 그들의 세상을 지탱하기 위해서 나는 살아야 했다. 평범하고 가느다란 시간을 유지 해서 그 세계안의 부속이 되어야 했다. 비겁했지만 난 비겁한 나를 자랑스러워했다. 적어도 난 그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으니까.

3.
그러나 그 순간 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눈물을 다시 삼켰다. SBRM.  나는 어두운 방이 싫고 답답한 공기가 싫어서 순간을 뛰쳐나왔지. 성숙한 어른이라면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모든 인간들의 기호를 맞춰주기 위한 부속품으로서의 역할을 하지만 나는 너무나 지쳐버렸다. 사실은 얇고 얇은 어름 조각 위를 걸어가는 이 위태하고 불안한 삶이 무서웠다. 정신을 조금만 잃어버리게 되면 모든것이 다 날아가 버릴거 같아서 보이지 않은 채찍을 휘두르며 채근했다. 더 버텨야 한다. 더 강해져야 한다. 그것은 너의 의무이고 네 이유다 그것이 없다면 너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것이지. 그 물음을 왜 자꾸 되풀이 하는것일까. 나는 다시 너를 생각하면서 마음 한켠을 손톱 끄트머리로 생채기를 내는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내가 할수있는것은 무엇일까.

4.
사실은. 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솔직하게 털어놓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은. 그래, 모든것이 거짓말이였지. 나의 형태도 나의 웃음도 느끼고 있다고 하는 모든 일들도. 이젠 타인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행위 따위를 하는 법을 잊었다. 단순한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나는 계속 불편함을 느꼈다.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였을것이다. 나는 그들과 이야기 하는것보다 무생물로 가득한 방 안에서 내려오는 햇빛을 바라보는것이 더 편하고 좋았다. 누군가들의 눈을 마주한다던가, 그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하고싶지 않다. 난 사실 그 모든것들에 관심이 없다. 그들이 고통이나 괴로움을 느낄때 그 괴로움을 같이 공유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단순히 고통이나 괴로움을 감내하는 순간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더 도망가려고 하는것이다. 이런것들은 굉장히 비겁한 것이구나. 하지만 난 느끼고 싶지 않아. 이미 이 삶은 너무나 고통스러운데 그런것들 까지 감내하기엔 나의 내면이 너무나 말라 비틀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럴때 힘껏 달리자. 라고 이야기하는 소리를 어떻게 떨쳐낼수 있을까? 그것은 타인이 아니라 내 스스로에게 덮어주는것이였다.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것이다. 그러니까 넌 그 언덕 너머에서 볼 수 있는것들을 다시 한번 더 데리고 와도 되는거야. 라면서

5.
눈을 감으면 지나간것들이 다시 한번 더 뒷걸음질을 쳐온다. 내가 보낸것들 내가 하릴없이 쏟아냈던것들이뱃속에 또아리를 틀어낸 혈주머니처럼. 조금만 더 건드리면 터져버릴것같은 위태함으로 그곳에 메달려있다. 불안정한 자아. 불안함으로 물들어있는 이 모든것들을 지옥에 걸어들어가는 입구 속에서 다시한번 더 상기해본다. 괜찮은걸까. 스스로에게 되묻는 한가지 이야기들. 너는 정말 괜찮은거니. 팔을 뻗어서 뺨을 한번 어루만져주고 물었지. 사실 괜찮은건 아무것도 없는데. 만약 그것들을 모두 처음으로 돌릴수가 있다면 난 어떤 선택을 했을까. 적어도 첫 걸음에 이 세상에 태어날수 있는권리를 주었다면 나는 '태어나지 않음' 항목에 기재를 하고 절대자에게 되돌려 주었을 것이다. 물론 기쁨과 즐거움은 이겠지만 이 불안함과 고통을 상기하는것에 비해서는 그 보상은 아무것도 아닌것이니까. 처음의 시작이 그러했다면 그것은 누구의 선택인것일까. 불안정한 자아를 손가락 사이로 위태롭게 쓸어담으며 버티는 것은 어느 누구도 택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답일텐데. 피가 흐르지 않는 무저갱을 바라보며 조용히 읊조린다. 나는 이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되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아마 내일의 시간도 불안감과 고통을 감내하면서 지나가게 되리라는것을 하루전의 나 스스로도 알게 되리라. 아 이 모든것은 누가 정해준 것일까.

6.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남에게 상처를 주려하는 저열함이 반복되며. 나의 고통과 외로움은 점점 더 그 짙은 색을 덧칠하고 있다. 나는 누군들에게 마음을 주는것을 포기했다.그들이 내미는 작은 파동에도 나는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더이상은 그 흐름에 나를 방해받고 싶지 않아. 나는 그냥 어떤것들이 움직이는 세상보다도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하는 22층의 방 안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것이 제일 좋은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집의 그 방이 너무나 부러웠다. 조용한공기와 높은 층 그리고 넓은 창. 하지만 그 집을 갖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지. 나의 시계와 삶을 잡아먹으면서 토해내는 그 배설물들을 차곡차곡 쌓기 위해 다시 영혼을 팔러 가야하니까. 불온한 이 마음과 고통을 서랍안에 어거지로 구겨가며 나는 인생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간을 연기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이 세계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룰이다. 방금까지 잊혀진 그 꿈에서  ATM 기계앞에 서있던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 비밀번호를 눌러대며 떨리는 어깨를 바들거리며 잡아쥐었다. 기계판 위에 떠오르는 숫자는 무엇이였던가. 그 이후에 열린 뚜껑아래의 그것들은 무엇을 토해냈던 것인가. 그 순간에 다시 그 목소리를 들었다. 다시한번 더 뛰어갈수 있다면 그 언덕으로 발등을 스치는 녹색의 잔디끄트머리같은 평화로움 누군가들의 시선이나 어떤것들을 불안하게 꿰어찾지 않아도 편안하게 누워있을수 있는 그곳이 있다면 지금처럼 고통스럽지는 않았을것이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누군가 대신 맞아줄거라는 작은 기대감같은건 애초에 버려두고. 단순하게 고통을 느끼고 싶어하지 않다는 욕망에만 충실하게만 도망치려는 다리를 더 빨리 내둘렀다. 진정 이 모든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불행하게 만드는 그 모든 의무와 무채감들을 벗어던지고 싶었다. 답답해 목이 뒤틀려 오는것만 같아. 다시 또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참았다. 멀리서 나직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몸이 움직였지만 사실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니였으니까. 넌 언제나 그런곳에 있었지. 네가 할수있는것은 없어. 이미 이 세상에 있지 않은 그녀의 그림자를 상기하며 몸을 떨었다. 넌 절대 벗어날수가 없어 왜냐하면 너는 나의 일부이니까. 네가 너를 미워했던 그 많은 시간들을 후회하지. 그 대사를 하던 배우는 이 세상에 또 없다 아이러니 하구나. 그 사람은 산뜻하고 멋있는 정신과 의사였는데, 현실속에서 그 사람은 자신의 질척함과 불명예에서 도망치기 바쁜 비겁자였다. 그런 인간들이 꽤 많네, 그러니까 난 덜 부끄러워해도 되는걸까. 언제나 마지막은 나에게 한 톨을 남겨주고싶은 작은 번민. 아 이런것들은 언제쯤이면 벗어날수있는것일까. 나는 언제쯤이면 타인에게 벗어날수 있을까 그들이 주지 않는 어떤것들에 굶주리지 않을수 있을까. 나는 정말 자유롭고 싶어졌다. 진정으로.

646 190610 2019.06.10
645 190604 2019.06.04
644 190531 2019.05.31
643 190530 2019.05.30
642 190529 2019.05.29
641 190524 2019.05.24
640 190522 secret 2019.05.22
639 190520 2019.05.20
638 190515 2019.05.15
637 190513 2019.05.13
636 190509 2019.05.09
635 190507 2019.05.07
634 190430 2019.04.30
633 190425 2019.04.25
632 190422 2019.04.22
631 190417 secret 2019.04.17
630 190416 2019.04.16
629 190411 2019.04.11
628 190410 2019.04.10
627 190409 secret 2019.04.09
626 190405 secret 2019.04.05
625 190401 secret 2019.04.01
624 190326 2019.03.26
623 190321 2019.03.21
622 190319 2019.03.19
621 120727 <swf> 2019.03.15
620 190314 2019.03.14
619 190312 2019.03.12
618 190311 2019.03.11
617 190305 2019.03.05
616 190302 2019.03.02
> 190224 2019.02.24
614 190218 2019.02.18
613 190213 2019.02.13
612 190131 2019.01.31
611 190128 2019.01.28
610 190125 2019.01.25
609 190103 2019.01.03
608 181227 2018.12.27
607 181221 2018.12.21
606 181213 2018.12.13
605 181211 2018.12.11
604 181207 2018.12.07
603 181130 2018.11.30
602 181127 2018.11.27
601 181122 2018.11.22
600 181120 2018.11.20
599 181113 2018.11.13
598 181107 2018.11.07
597 181102 2018.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