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吐瀉物

아이 2014.07.09 14:39 read.53

1.
타인을 배려하는 문제와 나를 가두는건 다른 문제인듯 하지만, 나는 타인을 배려한다는 명목하에 나를 닫아놓은채 수많은 거짓말로 번목하고 있다. 하고 싶지 않은것들을 해야하는 불만이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라도 나는 괜찮다는이야기를 끊임없이 되뇌이면서 주저앉으려는 다리를 달래고 또 달랜다. 내가 행복한것이 삶의 기쁨이라고 하시는 부모님의 앞에서 그렇습니다. 저는 살고 있는게 너무 기뻐요 라며 싯벌건 거짓말을 내뱉는 내가 혐오스럽다. 사실은 이 모든게 귀찮고 거추장스러워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밖에 없어요 라고 울어버리고 싶은데 달라질것이 없으니 그냥 버티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면 그들은 다시 또 더 깊은 슬픔의 수렁에 빠지겠지. 그런 생각에 미치자 내가 할수 있는것이라고는 '정말 괜찮습니다'라는 소회를 반복하는것 뿐이다. 일을 하며 내내 웃는 소리를 내는 동안 날이 시푸르게 서버린 칼로 내배를 쑤시는 상상을 해본다. 인간들과의 끊임없는 마찰 (긍정적이지 못한)의 반복에 나의 면상에 걸쳐놓은 천쪼가리가 가뭄먹은 땅처럼 쩍쩍 갈라진다. 테이프를 사서 누덕을 이어 붙여야 할 런지. 귀찮다. 이 모든게 귀찮고 거추장 스러울 뿐이다. 답답한것들을 떨쳐내기 위해서 (지방과 함께) 털어내는 운동을 해보려고 해도 움직임 자체를 벅차게 여기는 나의 껍데기가 바닥에 늘러붙어 버려 좀처럼 일으켜지지 않는다.

상대방이 내뱉은 이야기에 털끝이 묘하게 걸려 나부껴도 나는 습관처럼 괜찮다라는 말을 내뱉는다. 웃는 나를 향해  함부로 내뱉는 (그들의 기준에서는 아무렇지 않을) 덩어리들을 마주하며, 나는 왜 인간들과의 교류를 지속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 사로잡힌다. 그들은 나를 기쁘게 하지도, 풍족하게 하지도 않은데 나는 왜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집착하고 사소한 티끌에 상처를 받는것일까. 이러한 일련의 과정속에서 튀어나오는 못에 긁혀버린 생채기는 그들이 아닌 나의 탓이다. 그들은 무결한 생산자들일 뿐, 바람에 뒤틀려 버리는 소화기 체계를 가진 나같은 인종이 문제인것이다. 그들을 향해 '이런 식으로 나를 함부로 대하지 말아라'고 쏘아붙여 대고 싶은 순간이 수두룩하지만 나는 그 어떤것도 솔직하게 말할수가 없다. 이것은 병인가? 내가 온순하고 착한 인간이라는 별다른 가면을 뒤집어 쓰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평안함을 보장받고자 하는 집착으로 부터 비롯된. 내가 소리치고 뛰쳐나가도 내가 잃을수 있는건 직장이나, 인간들이나, 부모들의 괴로움? 또 뭐가 있지. 감가상계를 따져보아도 뭐가 이득이고 실인지 모르겠다. 계산의 과정도 귀찮고 거추장스러울뿐, 이대로 시간을 죽이다 보면은 어느새 나는 허옇게 머리가 새어버린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서 양로원의 한 귀퉁이에 누워있으리라. 후회는 언제나 반복되고 지나온 시간은 무기력하다. 나는 도대체 언제쯤 괴로움과 고통으로 위장한 귀찮음에서 벗어나게 될수 있을까. 나의 창자를 관통하는 쓸쓸하고 허무한 시간이 한웅큼 사그라진다.


2.
온갖 좋지 않은 상상들 (한밤의 납치 따위)에 불안한 손을 덜덜 떨며 겨우 엄마를 찾았을때, 엄마는 너무나 슬프고 괴로운 얼굴로  밤 12시의 아파트 공터에 혼자 앉아서 울고 있었다. 나는 엄마가 슬퍼하는 것 만큼이나, 슬픔이나 답답한 상황에서 갈곳이 없어 '없는 장보기'로 억지 핑계를 만들고 길 바닥 한가운데서 주저 앉아 눈물을 훔칠수 밖에 없는 엄마의 현실이 너무 불쌍해서 더 괴로웠다. 엄마의 어깨를 끌어안고, 그렇게 답답하고 힘들면 내 방에서 있지. 돈벌어서 산 집이 엄마 집이지 내 집이냐. 이럴때 내 방을 뺏어갈 권리가 있는것이다. 라는 말을 쏘아붙이며 엉엉 울어버렸다. 60평생을 지내도 내가 편하게 앉아있을 공간을 만들수 없다니. 새벽 4시에 일어나서 하루종일 일을 해도 울고 싶을때 갈수 있는 곳이 없다니. 이런 삶을 두고 '나는 너만 행복하면 된다'라고 이야기 하는 엄마의 논리는 얼마나 아이러니한 것인가.


3.
돈이 없어서 괴롭고. 돈을 버는 순간의 나는 더 괴롭고. 돈을 쓰면서 지내는 나의 시간은 더..


4.
쓸쓸하고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구본창 선생의 전시회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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