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Better than

아이 2012.11.05 14:13 read.156



1.
한달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말을 하면 주변 사람들 (최소 5년이상은 알고 지낸)은 눈을 크게 뜨며 그럴리가 없다는 사실을 재차 되묻는다. 와인 2잔으로 여행의 짧은밤을 버텨냈다는 말을 덧붙이면 토끼머리에 뿔이 돋기 전까지는 그런일은 일어나지 아니할것이란 사실을 환기하며 고개를 젓는다. 하긴 음주와 함께 정을 돋우는 문화로 20대를 향유했던 인류에게는 낮선 일일테니말이다.

거창하게 나는 오늘부터 단 한톨의 술도 입에 담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건 아니고, 그저 한달동안 손을 놓아서, '어쩌다 보니' 알코올과 자연스럽게 소원해졌다.그 렇다고 그 사이에 알코올이 반드시 필요한 타이밍 - 심정 변화가 격렬하게 들끓는 스트레스 대 폭발의 주간 (...) - 은 어김없이 등허리를 휘감았었고, 음주에 대한 회유 아닌 회유도 간헐적으로 나의 감정을 홀려댔지만 그런것들이 알코올에 대한 급박한 갈망과는 이어지지 않았을뿐이다. 그렇게 너무나 화가 치밀고 피곤할땐 잠을 자던가 아니면 운동을 했다. 운동을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도 별스러운것은 없다. 그저 몸이 무겁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움직이기로 한것일 뿐이다. 육체에 대한 무게감에 조금은 해방되었다고 생각했을 무렵 나에대한 죄잭감의 40%는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기쁜것은 24시간을 통틀어 나를 미워하는 시간을 조금은 줄였다는 것이다. 그 괴로운 힐난의 반복에서 조금은 벗어날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음에 아주 오래간만에 내게 할당된 미래의 시간을 생각했다.


2.
여전히 묘령의 해답지와의 싸움을 이어가는 불투명한 시간속에서 나는 내 자신에 대한 연민과 포장이 아닌 솔직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한다. 운동이 되었건, 사진이 되었건, 다른것이 되었건간에. 나를 구원해 줄수있는것들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홍진의 세계에서 나를 버틸수 있게 하는것에 대해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하루의 말미를 마감할때 잠자리에 누워서 '오늘 하루도 참 감사하다'라는 소회를 남긴다는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서, 나를 세상에 온전하게 내려놓은 부모에 대한 깊은 감사로서 티끌처럼 사그라드는 오후의 시간속에 바램을 녹여보낸다. 누구보다도 더 정직하게 나를 바라보기를, 이 모든것들을 곱게 갈무리 하여 마주할수 있게 되기를,  나를 보듬는 일에 쉬이 지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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