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기록

아이 2010.04.14 17:03 read.307



1.
현기증이 엄습하는 날이 지나고, 다시 봄이다. 봄이라 해도 한겨울에 두툼하게 입었던 점퍼를 입었다. 지하철에서 노곤하게 땀이 베어나오는 이마를 쓰다듬으며 잠결의 무언가를 불렀다. 마른 땅에서 움트는 생명력을 바라는 다른 이야기를


2.
K가 심심찮게 지적하는 '집단 (이기) 혈연주의'가 선사한 꿈결같은 일주일은 후다닥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는.

엄마가 아프다. 라는 사실 빼고 모든건 너무 좋았다. 집에 올라가기 위한 마지막 계단을 오르기 몇 걸음 전부터 집안의 온기에서 베어나오는 따뜻한 향취에 가슴이 콩닥거렸다. 후다닥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부엌에 서 있는 엄마의 통통한 뒷모습이 보인다. 나는 가방만 던져놓고 등에 메달려서 본능에 뒤따른 냄새를 맡으며 허기진 배를 채운다.

그렇게 일주일 내내 누워있는 엄마의 팔을 붙잡고 잠을 잤다. 뜨끈한 손에 뺨을 부비고 칭얼거리다가 또 생각나는 몇가지 잔소리를 하다가 - 그것 또한 몸에 관한 것들 - 또 칭얼거리다가 등에 얼굴을 부비고 찰싹 붙어서 잠이 들었다. 그게 너무 좋아서 또 찔끔거렸다. 퉁실퉁실한 배를 부비고 동생과 한팔씩 노나 끌어안으면서 이래저래 찡찡거리면서.


스물 팔 살이건 그냥 팔 살이건 엄마는 삶의 팔할이다. 적어도 마마걸인 나한테는.



3.
주변에 폭풍같은 일이 한꺼번에 지나간다. 어떠한 일은 다행의 산을 내려왔고, 어떤 일은 아직 내 품안에 메달려있고, 또 어떤이의 이야기가 나를 슬프게 했다. 부디 세상에 공평한 삶을 주관하는 조물주가 있다면. 부디 아프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 사라지게 해주시길.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모든 사람들이 힘든 일 없이 행복하게 삶을 살아가게 해주시길.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4.
나는 정말 열심히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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