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받은 자는 그 패배의 기억과 반목하기 앞서 이상향으로 설정한다. 상류사회로의 편입이 가장 가치있는 것이라 갈구하는 속물들이 주장하는것은 명예까지도 전복시킬수 있는 금권의 힘이다. 돈과 명예를 비슷한 선상에 놓고 욕망을 저울질 하는 이 회장 일가에서 족보를 사들이는건 뒷마당에 연못을 하나 더 파는것 보다 쉽고 간단한 일이지만 그들이 이룩한 금권으로 상류사회에 진입했다는 만족감은 요원하다. 그들은 돈이 아닌 '타고나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대학교의 졸업장을 '사고', 상류사회의 모임에 가입하기 위한 기초적인 교양활동으로서 골동품을 '구입'하는것으로 완전함에 도달하려 하지만 그 탈출시도 조차도 다른 이들에겐 비 가치적이자 몰 인간적인 비아냥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데 '비 인간적인 금전'의 행위가 거듭될수록 비틀린 컴플렉스가 가족의 유대(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버지와 아들)를 더 단단하게 묶어진다는게 흥미롭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약한자'를 착취하여 금권을 행사하려는 이천갑은 아들에게 불행한 시절을 세뇌시키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킨다. 이 회장에게 과거는 벗어나고 싶은 악몽이자 복수하고 싶은 대상이다. 이런 아버지의 불행한 과거를 오롯하게 헌사받은 이강석은 '타고난 전갈의 성향을 가진 싸움꾼'으로 단련된다. 그에겐 모든 방법을 동원해 돈을 버는것이야 말로 부모의 과거를 보상할수 있는 정당한 방법이자, 허약한 세월을 탈출하고자했던 아버지에 대한 헌사였고, 어머니와 허약한 동생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재였으니까.
분명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보편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에게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요소가 다분하다, 하지만 부자의 눈물섞인 대화에 언급되는 고통의 시간은 보편적인 인류들이 가지고 있을 가족에 대한 애착과 향수를 부른다. 그것으로 그들은 영광스런 '가문'앞에 서 있는 인물들보다 더 강한 캐릭터가 될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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