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연애

아이 2012.03.09 00:58 read.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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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돌아올수 없게 되버린것을, 다 알고 있었지만 마주보려 하지 않았다는 비겁한 회고로 대신한다.  모든것은 지나가는것이라 여겨도. 마네킹의 머리를 돌로 내려치는 남자의 모습에 감당할수 없는 분노와 고통에 휩싸여 몸을 던진다.  언제나 금방 오겠다고 한 말은 이리 기약없고 쉬이 바스라지는 현실의 흐름에 녹아버리고 만다는것을 깨달으며.

삶이란 얼마나 커다란 아이러니인가, 할머니마저 사라져버린 이 세상에 바들거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 사람이 그 사람 밖에 없다는건 그녀에겐 너무나 잔인한 현실이다.  감옥에 갇혀 있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고통보다, 그 순간 그와 함께 가고 싶었다고 고백하는 마음의 솔직함이 더 아프고 아프다.  바라는것은 고작 따뜻한 두 손을 마주 잡고 거리를 같이 걷고, 어깨를 마주대며 영화를 보고, 김이 모락모락나는 밥을 같이 나누어 먹을수 있는 아주 소소한 일상들일 뿐인데. 그 사소한것을 같이 누리기엔 밀려오는 현실이 너무나 무겁고 벅차다. 그 어릴적의 그녀의 온 몸을 감싸던 호수의 깊은 어두움처럼.


그의 말처럼 아무것도 생각 하지 않고 도망가버렸으면, 팔랑이는 치마자락이 바람에 스쳐가듯이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양 두 사람의 세계로 스며들어 끝났다면 이리 마음이 메어오지 않을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것은 또 한켠의 껍데기, 한 모금의 슬픔이 되어 그들의 가슴에 평생 내려앉아있을것이다. 그러한것을 잘 알기에, 그녀는 툭툭 털고 일어나 자신의 뒷모습을 붙잡고 있는 그의 손을 다시 붙잡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그의 얼굴을 마주한다.  뭉근한 감정의 덩어리로 끊어내지 못했던 과거의 미련과 현재의 안타까움을 담담하게 내려놓으며, 함께 했던 반짝이던 찰나의 시간을 곱게 간직한채 건네는 짧은 인사로.  


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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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타지는 판단이 스려지는 순간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읊조린다. 넘어설수 없는 현실의 벽,  같이 할수 없다는 힘겨움을 받아들이는것 또한 삶이라고. 그를 보내고, 동전통에 있던 동전을 꺼내쓰고. 그녀를 보내고 먼지와 미련이 잔뜩 쌓여있는 방을 청소한다.  그녀는 햄버거를 크게 한입 베어물며 오물거리고,  그는 이제 누군가의 앞모습을 찍기 시작한다.  삶은 계속되는것이다. 이 '보통'일상의 연속이 가져다주는 평화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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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좀 더 많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외롭고 묵묵한 터널을 빠져나가는동안 좋은 사람 만나서, 외롭지 않게 올망 졸망한 아이들도 낳고, 평범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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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개연성따위 키우지 않는 감정적인 인간인 나로서는 "나중에 재광이랑 만나서 둘이 깨볶고 잘 살겠구나"라고 혼자 결론하며 끙끙 앓는 마음을 잠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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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떨어뜨려 놓기엔 둘이 너무 예뻐.  둘이 나란히 앉아있을때도, 뽀샤시한 빛 아래서 손붙잡을때도 아무얘기 없어도 그거 볼때마다. 이뻐서 어쩔줄 모르겠다. 고작 4회짜리로 안녕하기엔 너무 아까워 죽을지경. 그나저나 유다인 ㅠㅠㅠㅠㅠㅠ 다인누나ㅠ 너무 잘해, 너무 이뻐, 목소리도 너무 좋다.  이 누나덕분에 진짜 취향에도 없는 스브스 주말 드라마를 챙겨봐야 할거 같 (........) 나중에 우진형이랑 24부작 사극이라도 찍어주면 안되나? 경성스캔들 같은거 둘이 찍으면 존나 잘어울리겠ㅠㅠㅠㅠ  흰 저고리에 눈 동그랗게 뜨고 이야기 하는 여경이랑 건들건들 선우완이라니 싱크로율 3천만배.................아 상상했더니 너무 좋아서 현기증나효 히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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