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챔프

아이 2011.10.18 17:46 read.226





누군가의 성장기에 몰입한다는것은 순정에 허덕이는 인간의 본성만큼이나 상투적인것일까. 완벽한 판타지를 그려내는 타인의 삶, 그러나 그들이 한가지씩은 갖고 있는 콤플렉스와 트라우마는 내가 겪는 절망도 네가 겪는 슬픔과 다르지 않다는것을 보여준다.


지나친 고지식함, 도욱은 그것을 연우의 '단점'처럼 지적했으나 사실은 도욱은 그것을 연우의 장점으로 간파한 최초의 사람이다. 자신을 알아본 유일한 사람에게 끌리는 연우는 도욱이 갖고 있던 또다른 '내밀한 슬픔'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의 세계를 유입시킨다. 도욱이 절망을 극복하고 상처를 담담하게 응시하는 방식을 통해 연우는 자신을 더 나은 볕으로 끌어당길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도욱은 여전히 결핍되고, 뒤틀린 자신을 숨기지 못한다.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거부하는 희영의 말에, 상처를 드러내지 않으려 차가운 말로 상대방을 긁어버리고 마는 서투름은 절망을 극복하고 '완성'된 인간의 그것이 아니니까. 그렇기에 도욱에게 향하는 연우의 감정은 이상향에 대한 동경이나 사랑보다는 '나'의 다른 모습을 바라보는 자기애에 더 가깝다.

그들은 어딘가 결핍되어있으나, 그 결핍을 더이상 숨기지 않음으로서 한걸음 더 성장한다.  이 이야기는 모든것이 완벽한 이가 또다른 이를 가르치는것이 아닌, 서툴렀던 것을 더 잘할수 있게 만드는 '계기'로서 서로를 장치시키며 상쇄하는 극복의 이야기이다. 이것은 판타지보다 더 가깝고도 은근한 그림자로 현실에 닿아진다. 연우가 나이고, 도욱이 당신이듯이.


1)
지헌은 연우와 전혀 다르다. 지헌이 갖고 있는 '자신감'은 자부심보다는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 자기최면이다. 서른살을 목전에 앞둔 만년 2군 선수, 대표팀 감독은 '너같은 선수는 차고 넘친다'라는 말로 그를 단정짓고, 친구는 그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지헌은 묵묵히 '유일한 목표'를 향해 걸어간다. 그것은 도욱이 가지고 있던 불투명한 확신과 맞닿아있기도 하다. 과연 될까? 라는 물음에 번민하지만, 내가 가야만할수밖에 없는 이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지헌에게 유도는 가족에게 바치는 사랑이고, (또다른 죄책감을 짊어지고야 만) 친구를 향한 속죄이고, 연우와 나란히 어깨를 마주할 오롯한 자신의 세계니까.


2) 결핍과 좌절로 가득차있는 사람들의 결말은 완전한 성공일까? 그 완전하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담백한 판타지는 '내가 이 모든 싸움에서 승리하여 어른이 되었다'로 마무리 되지 않는다. 그렇게 노력하고 소원했으나, 지헌은 결국 아시안 게임 은메달에 그친다. 여전히 불투명한 앞날, 보이지않는 미래는 여전하다.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자는 감독의 이야기에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한번 더 딛고 걸어나갈수 있는 또다른 힘을 갖고있다. 풍등에 비는 소원이 '금메달'이 아닌 '김연우'라 말하는 지헌의 미소처럼 풋풋하고 선량한 희망이.


3)
말끝마다 '국산 돼지고기의 쫄깃함'을 설파하고, 모 보험사와 은행카드를 넘나들며 (심지어 지헌의 형수는 그 보험사의 직원이다) 카드의 장점을 설파하는 PPL은 이 뽀송뽀송하고 담백한 이야기에 털어버릴수 없는 얼룩처럼 시커멓게 늘러붙어있다. 시청률의 굴레란 이런 씁쓸함 인것일까.


4)
검프로 쏘느의 세계로 입문했다가 닥챔으로 발을 못빼게 되었다는. 소연누나 사랑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천진한 혜리에 허덕하다가 씩씩한 연우에 휘청거린다. 검프가 잘 만든 이야기 이긴 하지만, 혜리를 이해시킬수 있었던건 혜리가 김소연의 마혜리이기 때문이다. 머리가 텅텅거리는것을 '천진한 어린아이처럼' 읊조릴수 있다니 이걸 어찌 이리 표현할수 있었을꼬?  새로운 이야기들을 더 기대시키는, 너무나 좋은 배우다.

http://10.asiae.co.kr/Articles/new_view.htm?sec=people5&a_id=2010060814412444281

-> 텐아시아 인터뷰가 정말 갑이다 -_T 보면 볼수록 개미지옥처럼 빠져드는 누님의 마력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연기하는걸 정말 '좋아한다'고 느껴지게 하는 순수한 열의와 영혼을 가진 이. 뼛속까지 시커멓게 타락한 나와는 전혀 다른 인류 되시겠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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