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22

admin 2019.04.22 16:59 read.85




1.
아침에 일어났는데 화장대 위에 남편의 편지가 있었다. 취침 사이클이 다른 덕분에 가끔 잠들어있는 사이에 끄적인 쪽지를 넣어두곤 하는데 오늘 아침에도 그런 깜찍한 서비스를. 아침에 책사이에 고이 접어 들고 와서 틈나는 대로 읽었다. 덕분에 즐거운 하루를 잘 버티고 4시로 접어드는 시간 아무 탈 없이 무사 시계를 보내고 있다. 부디 2시간 후 까지도 별일 없이 잘 넘어가서 탈출 했으면 좋겠다 월요일이라 약간은 불안하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괜찮은 상태.

별다른 불안감이나 압박감들을 많이 내려놓았더니 버티는것이 쉬워졌다. 어차피 모든것을 다 하는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부정적인 결과가 도래하는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다 그런것들을 야기하는 제 3의 요인이 out of my range 인데 그 모든 결과까지 내가 감내할 필요는 없다는것을 근 몇년간 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가르쳤는데 유약한 내면이 겨우내 그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한꺼풀 벗어던진어깨로 자연스럽게 내려앉는 무게를 맞닥뜨리고 있다. 고약함을 예감했던 것 보다는 덜 하다. 그렇게 쉬운 일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봄이 좋다. 만물이 생경하게 움돋는 봄의 절기를 지나가면서 망가진 내면을 조심스럽게 고쳐본다. 모든것이 불투명하고 애처로운 불안감이 발등을 뒤덮고 있더라도 올 한해는 나 스스로를 고쳐보는것에 온 힘을 다 쏟고싶다.

2.
돌이켜 보면 나는 남편을 좋아했던 일도 미상의 덕질을 수행하는것 마냥 서툴고 팔딱거리는 풍댕이 처럼 주위를 빙빙 맴돌았던거 같다. 빌려준 책 끄트머리에 무심코 써놓았던 글씨를 발견하곤 그 부분만 오려서 한참을 수첩에 넣어두고 다녔다. 학교 행사때는 부끄러워서 같이 사진찍자는 말도 못 꺼내고 혼자 찍은 사진 옆에 콩알만큼 얼굴이 나온 사진을 발견하곤 좋아서 한참을 쳐다봤던 적도 있다. 자주 다닌다는 도서관의 익숙한 자리 근처에서 서성이다가 가방이 보이면 가슴이 쿵쿵 거렸다. 일부러 뒤통수가 잘 보이는 자리 즈음에 엉덩이를 부비고 앉아서 그 사람이 앉아있는 뒷 모습을 내내 바라보았다. 정말 이상하게도 (그땐 정말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싫어해서 거부반응이 많았던) 처음 만났던 날의 티셔츠나 운동화가 15년이 넘어진 지금까지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동아리방 한 구석에서 친했던 모 선배가 나를 소개하는데 아 그 선배님 하면서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하는 장면같은것. 머리카락이 밤톨같았다. 그게 밍숭한 장면의 끝이였는데 이상하게 그 장면이 머릿속에 되게 오래 남아서 신기했다. 그제 빨래를 돌리는데 그 익숙한 티셔츠를 보니 문득 든 기억의 한조각. 그 티셔츠는 너무 오래되어서 이젠 홈웨어가 되어버리고, 그 초록줄 나이키 운동화는 아주 오래전에 낡아서 없어져 버렸는데 그 기억은 봄결처럼 또렷하고 싱그럽구나. 아마 나이테의 나이가 더 많이 들고 허리가 굽어져도 그 기억들은 여전히 선명하고 반짝거릴 것이다.

인간의 마음이란 참으로 편리하여, 고통과 아픔 또는 환멸같은 지리한 사이클은 점점 흩뿌여진 안개처럼 바스라지고 즐겁고 반짝이는 기억만이 고운 체 틈바구니에 남아있는 모래알처럼 남게 된다. 그래서 어떠한 고통이나 괴로움이 밀려와도 즐거운 추억이나 저릿한 장면의 자욱을 상기하며 반짝이는 기운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모든것이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도서관 뒷편 법정대로 올라가는 지름길에서 같이 바라보던 벚꽃나무에서 떨어지는 어여쁜 꽃잎을 생각하며.


3.
매 끼니마다 술을 같이 마신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암리타의 마유가 생각났다. 반짝이는 손길로 익숙하게 찾는 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마시는 매일의 맥주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전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그 구절이 떠올라서 마음이 저렸다. 제일 밝고 활기차다는 캐릭터를 담당하고 있지만 가끔씩 보이는 표정 한켠이 불안해 보일 때가 더러 있다. 지금은 그 지나간 장면들이 기우가 아니였던걸까 라는 걱정스러움이 든다. 누군가들의 감정이나 흐름에 잘 울고 잘 웃게되는 인간이 버틸수 있는 한계란 과연 어떤것일까. 신기함과 웃음이 한가득이였던 2012년 겨울의 경수와 표정변화가 사라져버리고 만 2019년의 경수를 바라보면 이 모든 흐름을 자연스럽게 버틸수 있는 인간의 방법을 생각한다. 면식이나 인연은 없지만 부디 그 아이가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익숙한 마취를 쉬이 선택하지 않기를.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어느 누구도.


4.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면, 내가 없다고 해서 너의 삶이 비참하거나 불행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네 삶을 구원한 것도, 내가 있음으로 인해 네 삶이 더 아름다운 것도 아니라고
우리는 그저 만났고, 서로 마음을 주고 받고, 열대야 속 아스팔트를 얇은 운동화를 신고 걸어가듯 함께 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 아마 내가 아니였다면 다른 사람이 너와 함께 이 길을 걷고 있었겠지. 그건 인정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너의 곁에 있고, 앞으로도 그러 테고, 그건 우리의 의지대로 였다.

나에게 있어 사랑이란 어쩔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고. 막다른 골목과 절벽 끝에 다다르고 나서야 내려온 밧줄을 움켜쥐듯 잡는게 아니라고, 네가 그렇게 절박하게 날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네 곁에 있을 것 이라고
불안을 확인 시켜주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실체도 형체도 없는 약속 밖에 이 마음을 대변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 화가 났다. 안타깝게도 완전한 문장들은 혀에 옮겨지고 나면 곧 바보스러워 지기 때문에 입을 열 수 없었다. 그저 너의 손을 잡아주는 것 밖에는.



다섯번을 넘게 읽었는데도 너무나 많이 마음에 남아서 또 담고 또 담았다. 오랜 연애의 상투적인 권태로움을 담백하게 담아낸 이야기. 다른 이야기들이 있으면 좋았을텐데 못내 아쉽다.




5.
...이러고 무사히 보낼줄 알았는데 다시 또 막판에 밀려오는 모레폭풍같은 것들을 바라보며 코 앞의 마스크를 단단하게 고쳐맨다. 다시 먹고사는 고오한 전쟁터에 투신하는 졸개 1호로 돌아간다. 모든것은 다 괜찮다. 하찮고 미물과도 같은 터럭이라 할 지라도 금전을 끌어모을수 있는 행위를 존중해야 하는것이다. 최선을 다할것이다. 그 무엇이 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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