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07

admin 2019.05.07 16:02 read.67




1.
근래에 마음이 다치는 일이 너무 많아. 생채기가 터질때마다 손바닥으로 어설프게 꾹 덮어대면서 다 괜찮다고 붙여놓았던 언어들이 흘러 넘쳐서 발등을 적셔대는데도 연신 다 괜찮다. 괜찮다 라고 이야기했던거 사실은 다 거짓말이였던거 같다. 기실 괜찮은게 하나도 없어. 몰아치는 통증이나 고통을 회피 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고 계속 즐거운것 좋은것 어여쁜 것들만 찾아댔는데 그걸로는 치료가 되는게 아니였던 것이리라. 참아내었던 것이 어느 순간 폭발하듯이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무심코 내려놓았던 그 순간의 조각들에 스며들고 또 스며들어 휘몰아쳐서 감당이 안될 정도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었다면 그 찰나로 얻어진 그 행복감이나 기쁨 만큼이나 반사효과는 더 커다랗게 밀려온다. 차라리 미약한 고통을 느끼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마음을 주어서는 안되었다. 무언을 믿고 시간을 기약하는 일 따위는 해서는 안되었지만, 학습효과 따위 전혀 거듭되지 못하는 몽매한 생명체는 어느덧 또 마음을 한결 베어내어 지나가는 허공에 먹이로 던져버리고 사라지는 찰나를 망연하게 바라볼 뿐이다. 그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나의 과오일까 또는 타인의 매몰인것일까. 미약한 인간의 먼지로서 가라앉으며 나는 내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이 모든것들은 쉬이 지나갈것이라고. 하지만 온 몸으로 거듭되어 쏟아지는 이 통증은 어디쯤에서 틀어막아야 하는것일까. 마음이 아프다. 손등이 하얗게 질러버릴 만큼 허물어지는 이 마음을 다시 채워넣으려면 어디부터 시작 해야하는것일까. 사실 괜찮은건 아무것도 없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단어를 습관처럼 내리누르는 나에겐 그저 편리한 방패에 불과한것이였다. 봄의 하늘이 높아지는 내내 웃는 얼굴을 만들어내며 뺨을 당겨 본다. 곧 괜찮아 질 것이라는 미약한 기대감을 가지고. 아직은 버틸만 하다는 짭쪼름한 변명을 어설프게 걸어놓고서는

봄이 다가 온다. 아직은 볕 아래에서 두 발을 딛고 있을 만큼의 기운은 남아있으니까. 나는 세상에서 봄이 제일 좋다. 앞으로도 봄을 더 사랑하게 될 것만 같다. 무심코 던져놓은 나의 마음들을 저밈없이 가져가서 맛있게 먹어댄 무수한 타인들이여 부디 나의 삶과 생을 영양분 삼아 무럭무럭 잘 자라기를, 까스름하게 스쳐가는 생채기의 껍데기를 손톱으로 긁어내며 울어대고 있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 모든 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했다. 그들이 불행하면 난 더 참을수 없어질것만 같으니까.


2.
봄볕이 쏟아지는 거리를 걸어대는 동안 추위가 아닌 햇빛의 기운에 몸을 떨었다. 지나가버린 그 시간동안의 무관심을 보상받기라도 한듯 눈앞의 모든 찰나와 시계가잘 벼려놓은 사진마냥 찐득하고 강렬하게 다가왔다. 생경한 그 모든 시간의 흐름을 나는 마치 세상을 처음 관망하는 어린 아이처럼 생경하게 세세로운 찰나들을 마주하고 또 담아내었다. 멀미와 같은 통증이 밀려왔다. 그 동안 무심코 구겨넣고 방치해놓았던 내 자신에 대한 기호. 무엇을 원하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증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온전하게 남겨있던 것을 자각했다. 하고 싶었던 것들, 갖고 싶었던 것들, 말하고 싶었던 것들, 토하고 싶었던 먼지들. 그 모든것들이 한꺼번에 멀미처럼 밀려온다. 다 벗어던졌다고 생각했던 혼란의 청소년기 처럼 버려두었던 것들을 다시 그러쥐며 봄 볕의 거리를 망자처럼 배회했다. 이것은 두려움인가 아니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대감인가 까만 옷위에 새털처럼 내려오는 햇볕의 더위를 통증처럼 세겨넣으면서 맘껏 울어버리고 싶은 강렬한 욕구에 사로잡혔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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