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827

아이 2018.08.27 17:06 read.5

 

 

1.
근자에 읽은 이 책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624198


물론 이 책이 엄청한 혜안을 수록하여 나같은 인종들을 계도하는 지침서라느니 I have never read such an unique insight. 라는 표현 따위를 일삼으며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느니 식의 예찬론은 아니고. 불안하고 부족하고 뭔가 찜찜한 것들을 항시 품고사는 애매한 인종들에게 '넌 이상한거 아니고 오히려 고차원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특별한 것' 이라는 자기애 고양의 프로그램을 선사하는 신선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나름 읽는 내내 '그래 이상한거 아니야'라는 답정너의 마음을 안정하게 해주었다. 상대평가롤 별 세개 반.

스스로를 혹사하는 삶을 사는 인종들의 무익한 노력에 대해서도 그것 또한 본능적이구나 라는 위로를 건네주어 그래 역시 난 이상한건 아니였어 라는 답정너의 페이지를 한껏 또 채워본다. 저작물이 괜찮아서 동 저자님 (상담을 받아보고 싶지만 이 선생님은 프랑스에 계심(...)) 의 저작물을 잔뜩 찾아서 빌려오니 책의 제목들을 본 동생이 사서 걱정을 한다. 그런건 뭐 아무것도 아닌데. 나와 비슷한 고통을 당하는 동생에게도 얘기해주고싶지만 그런건 내가 개입하기도 어려운 문제니까. 조카를 품에 껴안으며 열심히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속삭였다. 할머니의 피가 내 혈관에 흐르고 흘러 고통을 주었던 시간은 더이상 내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에 따르면 모든 곳의 신경이 너무나 예민하고 그 모든것들을 걸러네는 더듬이가 너무 명민하다보니까 모든 고통이 따르는것이다라고 - 하지만 하고싶은 얘기를 다 내지르는 사람에게 어떠한 앙금이나 아픔이 남겠는가? 그건 왜 안내려왔나 싶네. 사실 제일 닮고 싶은건 그거였다. 싫은걸 타인에게 정확하게 싫다고 얘기할수 있고 타인의 고통을 미리 짐작하고 해석해서 어깨에 얹어가며 고민하는 그 사전엑팅을 고민하지 않고 내지를수 있는 과감함이. 하지만 난 그런것 따윈 안되는 놈이므로 그냥주변사람들이 괴롭지 않게 열심히 속으로 꾹꾹 블록을 내려놓으며 삭히는것이다. 이 책은 그런 내가 예민하거나 미련하다고 하지 않고. 그런 나의 속성을 이용하려고 하는 심리조정자 따위를 피하고 맘 편하게 살라고 얘기해서 좋았다. 아프니까 고쳐라 이런거 말고 싫은건 피하고 살면 된다는 논리라니 꽤 쌈빡하지 않은가.


참아야 한다는 얘긴 더이상 듣고싶지 않다 그냥 난 싫다. 나한테 예민하다는 이야기도 더이상 안했으면 좋겠다 그건 나도 알고있으니까. 그런 얘기에 넌 진짜 최선을 다했으니까 괜찮다 라는 말을 건네주는 사람이 있으면 도움이 되겠지 하지만 부모조차 이해하지 못하는것을 누가 알아줄까 그냥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내가 스스로 치료할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이젠 이러저러한 이야기들로 나를 설명하고 이해받으려고 노력하는것도 피곤할 뿐. 이해하기 싫으면 이해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게 내가 치료를 위해 나아가려는 1단계다.

2.
물이 좋다. 파란 하늘을 보며 온 몸에 힘을 빼고 누워있는 기분이 너무 좋다. 온 몸에 잠겨오는 물을 느끼면서 팔 다리를 슬근슬근 내밀어 기어가는 기분이 너무 좋다. 계절이 다 가기 전에 수영장을 한번 더 가면 좋을텐데. 수영복을 입었을때 온몸이 꾹꾹 내려오는 느낌이 싫고 이 몸을 대지의 누군가들이 보는 사실도 그다지 반갑지 않았는데 그 모든 불쾌감을 상쇄할만큼 물이 너무 좋다. 진짜 물이 너무너무 좋다.

3.
좋은것만 생각하자. 나쁜것이나 불쾌감을 되새김질 하는 괴상한 제 3의 자아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이 몰려올때마다 '이새끼 닥쳐!'라고 외쳐보란다. 크리스텔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그것을 향해 닥쳐!라고 외쳤다. 기분이 좀 더 나아졌다.

4.
하비누아주 전집에 쇼스타코비치 사고싶다 ㅠㅠ 하지만 이번달은 진짜 긴축재정..역시 나의 행복의 귀결점은 금전이다. 돈만 있으면 돈만 있다면 이 고통은 끝날수있을텐데. ㅎ


5.
조카를 안아주면 느껴지는 따끈한 그 체온과 동글동글한 눈과 방긋방긋 웃음이 너무너무 귀여워. 나도 아기가 있으면 좋겠다. 진짜 아기가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를 돌아보면 그럴수 없어 단념하게 된다. 잘해줄수 있다는 마음가지고는 할수 없는것이 현실이니까 그 아이를 위해서는 나의 사사로운 마음을 달래야 하는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생각의 끝에는 꼭 눈물이 맺히는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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