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302

아이 2017.03.03 00:36 read.2




1.
하루종일 시달리고 영혼까지 탈탈 털려서 집에 기어들어오니 피곤과 허무함이 동시에 몰아침에 눈물이 또 쏟아질거같다. 그냥 방안에 몸뚱이를 가두고 엉엉 울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의 귀한 시간을 그렇게 찌푸둥한 무거움에 가둬두고 싶지 않아서 참았다. 기운이 없다 와 슬프다는 동일 선상에 두어서는 안되는 단어인데 피곤하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도 나의 정신과 뭄뚱이를 너무 많은 슬픔에 노출시키고 방치시켰다. 그러지 말아야지 그렇게 한다고 해서 달라질것도 없고 나아질 것도 없다. 어떤것들을 담담하게 버티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2.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일도 많이 생기고,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는것도 아니고 예상치 못한 것들을 마주하는것이 빈번하다. 그런 모든 풍랑에 나의 표피를 벌겋게 달구는 행위를 거둬야 한다. 오늘은 정말 시시각각 너무너무 피곤하고, 힘들고, 원치 않은 일만 터져나오는 것들에 아연 질색 하면서 피곤의 끄트머리에 목을 메달것인가 투신을 할것인가에 대한 선택적 답지를 끄적이며 차라리 이 모든것들을 단념하고 죽어버리면 편해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슬퍼하는 것이 피곤한 나에게 줄 수 있는 안식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차츰 깨닫게 되었다. 괴로움을 좀 더 담담하게 이겨내는 법을 터득했으면 좋겠다. 피곤하여 어떤것도 사유할수 없는 시간을 지나 겨우 잠이 들기 30분 전에 쏟아낼수 있는 기운을 쥐어짜고 있다.
3.
정말 바쁘고 정신 없을때 불쑥 나를 불러 연봉협상(이 아닌 통보)를 꾀하던 지배층에게 더 많은 돈을 받게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좋은것 보다는 등허리가 휠 것같은 무거움이 더 컸다. 더 많은 일이 앞에 깔릴것이고, 나는 더 많은 시간과 영혼을 잡혀먹게 될 것이다. 내가 그렇게 원하고 좋아하는 돈이 더 많이 쏟아지게 되었는데 왜 나는 어떤 기쁨도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내가 진정 원하는것은 이 모든것들을 다 벗어던지고 '무'로서 공간에 떠 있는것인가. 장기적인 계획도 발전적인 태도도 꾀 할수 없는 지금을 써내려가며 또 슬픔이 몰아칠것 같아 이 쯤에서 접어두어야 할거같다. 내 시간 속에서도 뇌 세포의 틈바구니를 파고 드는 '밥벌이' 일 덩어리들이 암세포마냥 번져있다. 나 혼자만의 공간이나 시간에 있을땐 정말 나를 위한 것들 만 생각하고 싶은데 어째서 내 체계들은 '일의 시계'에 맞춰 있는것일까 내일 아침에 시달려야 하는 이 집단과 저집단에 대한 괴로운 마음이 벌써부터 나에게 불안함을 선사하고 혹시 모를 것들이 몰아칠 내일을 대비해야 하는 불안감이 숨통을 조여온다. 그래도 나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리고 이 정도는 모두들 참고 사는것 같으니까 버틸만큼 버텨보자 라고 또 다짐해 본다.
4.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개미처럼 쪼그라들어간다. 모두들 잘 해야 한다고 응원 하는데, 나 또한 타인에게 '잘 하고 있음'을 격려하고 있지만 막상 나에게는 어떠한 격려도 칭찬도 할수 없는 후줄근한 그림자만 남아있다. 난 뭘 해야하는것일까, 어떤것을 해야하는것일까. 내가 잘 하고 있는건가. 난 제대로 지나가고 있는 것인가. 모두들에게 행복과 안녕을 주기위해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 그렇지만 나 자신에게는 얼마나 많은 관대함을 허용 해 줄수 있는것인가, 불안. 이 불안을 쫓아내려 열심히 돈을 벌고 버티지만 나는 항상 불안하고 두렵고 초조하고 외롭다. 이 좁은 통로에 끝은 나오는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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