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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2017.01.28 23:50 read.24


이런 상황에서는 의식적으로 생일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것이 버티는것에 더 나았다. 생각을 감추니 훨씬 더 수월했다. 하루를 꼬박 다른 사람들의 평안함과 즐거움을 위한 롤플레잉에 몰두하다가 지친 몸을 끌고 집에 오니 눈알이 빠질만큼의 두통이 출몰했다. 약을 두어개 삼키니 좀 더 참을만했다. 그러고 나니 어느덧 25분밖에 남지 않았다. 생일이라는것을 의식하면 안되는데 어쩔수 없는 순간엔 자꾸 떠올라서 이도저도 안되는 이 상황에 눈물이 터져나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느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막상 돌이켜보면 누구하나도 성한 사람이 없이 너덜너덜하다. 그분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내 남은 인생이 그만큼의 불행을 감당해야 하는것을 깨닫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자신이 없다. 자신이 없지만 이 롤플레잉의 시간을 마무리 하고 보니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평안함에 중독되 버린 나자신을 떨칠수가 없는 유약한 존재에 불과한것이다. 나는 이 모든것을 깨트릴만큼의 결단력도 없고, 과단성도 없으며 그만큼의 자신감도 없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정말 너무나 열심히 했는데 왜 내겐 이렇게 괴로운 일 밖에 와 주지 않는것일까. 생일날 저녁을 엄마와 함께 보내고 싶었는데 엄마의 얼굴을 보는 내내 괴로움을 참아내며 웃음짓는 내가 너무 힘들어서 다음날 아침까지 할 자신이 없었다. 처음의 찰나를 참았어야 했는데, 너무나 다정하게 이야기를 해주시는 그분의 말씀이 너무나 따뜻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나왔다. 그래서 이 모든것이 시작된 것일까. 그렇다 그것은 나의 잘못인것이다. 아 나는 왜 그 순간을 참아내지 못했던것일까. 극도의 긴장과 불안함을 벗어던지는 그 순간에 어엿한 어른인척 하며 빙긋이 웃어대며 털어내었다면 그 분의 마음에 그렇게 슬픈 생채기를 내어드리지 않았을것이다. 나는 내내 그것이 마음에 너무나 걸리고 아파서 힘들었다. 하지만 내 스스로가 견디고 있는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아침에 눈을 떴을때 나 이외의 다른것을 생각할 수가 없었던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가, 이 모든것은 나의 선택에서 비롯된것인데 누군가를 탓할수가 있을까? 나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였으므로 그 어느 누구들에게도 책임을 전가할수가 없다. 생일은 18분이 남았다. 오늘도 여전히 퍼킹벌스데이였다 매년 그러하듯이 생일에는 더 괴롭고 비참하고 우울한 일들만 생긴다. 거지같은 삶은 역시 거지같은것들만 터져대니 뭐 이것도 내가 타고난건가 싶기도 하고 아니다 생일이라는 의식을 자꾸만 차릴수록 비참함이란것은 더 크게 다가온다. 난 그냥 이 세상의 티끌 하나밖에 되지 못하는 존재이므로 이 탄생과 삶이 그 어느누구에게도 존귀하거나 아름다워 질 수 없는 평이함에 불과한것이다.그러므로 언제나 터지는 이 곤란함과 피로함과 괴로움들이 생일이라고 해서 유독 더 처철하게 고통스러웠던건 아니였으이라. 다만 생일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니 그 시간이 더 나락처럼 휘몰아치는것이다. 좋은것이 아니다. 나는 그 모든 사람들의 평이함과 안녕을 위해 나의 탄신일을 하루 꼬박 쏟아부었으니 내일은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 쓸 것이다. 괴로움도 없고 슬픔도 없고 분쟁도 없는 침묵의 하루를 보낼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것들만 하고 싫은 것들은 하지 않을것이다. 싫었는데 해야하는 일들에게 나는 너무 많은시간을 바쳤다. 가여운 나의 시계. 내가 그저 바라는것은 고요한 평화와 이 일상을 지킬수 있는 최소한의 금전과 롤플레잉과 누군가를 바라볼수 있는 마음 같은 사소한것들이였지만. 그런것들을 가지고 있으려 너무 많은 나를 팔아치워 버렸더니 내 손에 남는게 없다. 허무한 슬픔이 서른 다섯의 언덕을 넘어가는 나의 마음에 차오른다. 이 깊은 외로움은 결국 돌고 돌아 내게 다가오니, 나는 어쩔수 없는 이 현실속에서 도망질도 치지 못하고 그 껍데기에 머리칼을 쥐어잡힌채 시큼한 아픔을 쏟아내려 운다. 외롭고 쓸쓸하며 너무나 사소한 나의 생일을 지나면서 그 어느 누구 하나에게도 진심을 다한 사랑을 받아내지 못한 나는 이렇게 덤덤한척 마음을 쏟아내며 부디 내일은 아침에 눈이 떠지지 않길 바라는 기도와 함께 오락가락하는 꿈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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