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202

아이 2008.12.02 15:31 read.1












생각이 많아진다. 생각이 많아진다는건 좋은일이 아니다. 겨울이라서, 겨울이라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아님 내가 곧 스물일곱이 된다는 단순한 손계적 이유라던가, 혹은 요새 몰입한 비현실적 남 이야기에 허우적 대고있는것 때문에?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지나치게 남일을 '내 것인것' 마냥 가슴에 품고 낑낑한다) 요새의 내가 탐닉하고 있는 사이클은 지나치게 단순한데 (잠-아침-일-점심-일-저녁-운동-잠.의  얄짤없는 패턴) 왜 내 머릿속의 세포들은, 내가 그들의 일용한 양식인 '당분'과의 덧없는 안녕을 고했음에도, 평소보다 더 많은 (잡)생각들을 생산하고 있는걸까?



아. 씨발. 이 '왜'라는 물음도 이제는 지겹다. (이 대사도 지겹다)




저번 주말에는 그 금쪽의 시간을 돼지소굴같은 방정돈에 반나절 이상을 낭비했다. 책상 맨 아랫 서랍에는, 초등 4년 (아마도?) 이후부터 지금까지 받은, 쓴(쓰고 나서 부치지 못했던)편지며 쪽지며 혹은 괴이한 저작물? 들이 가득가득 들어차있다. 그냥 아무 의도 없이, 문득 그 서랍이 지나치게 복작하다는 기분이 들어서 정리했다. 정리하다가, 그 온갖 텍스트의 흔적을 마주하며 나는 딱 10년전의 내가 쓴 '현재에의 기분'을 마주했다. 그때의 나 (정확하게 고등학교 1학년 초입의, 열여섯)는 극도로 휘몰아치는 자아비판의 정점에서 인생의 쓸쓸함을 논하고 있다. 그걸 읽고있노라니, 목울대까지 훅훅해졌다. 어쩌면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사는것이 녹록하지 않다는걸 저렇게 대놓고 투덜댈수 있을까? 스무살의 내가 '인간은 다 싫고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라고  칭얼거릴때 모 선배가 혀를 끌끌차며 너 꼴랑 스무살밖에 안된 주제에 세상 다 산것처럼 말하는거 건방진거야 라고 했던 말이 이제서야 점차 이해가 되다니. 나도 이제 어른이 될수 있는건가요? (다소 웃기는 말이네)



벌써 여기서 썩은지 1년이 다되어 감에도. 나는 아직 정신 못차렸다. 서른 초입의 K님이 이야기하는 서른에 대한 '달콤 쌉싸름한 기대'감을 난 스물아홉에 가질수 있을까? 자신없다. 나는 점점 더 냉소적인 인간이 되어 가는것 같다. 타인에게나 스스로에게나. 그래서 쉽게 뒤돌아 서며 쉽게 후회하고 쉽게 반성하며 쉽게 용서를 구하는것일지도 모른다. 그런건 옳지 않다. 다른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이야기 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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