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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2009.02.06 11:28 read.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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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번째 생일(이 말을 쓰면서 또 등골이 오싹해진다)
이 지나간지 만 8일 17시간 44분에 회상하는 생일의 기억]


1.
스물여섯 생일때만해도 '생일이 별거냐'라는 이야기에 온 사지를 경련하며 '별거다! 별거야!'라는 주장을 고래고래 펴댔으나, 이번 회차부터 나는 '별거 아니네' 족속에 합류하기로 했다. 마음먹은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이런게 나이를 먹는거냐? 뭘 당연하게 되묻고 그럴까 나는.


2.
28일 자체는 평이한것도 아니고 '씨발 존나 ㅈ 같은' 하루였고, 보편적인 생일축하 코스에 포함되어있는 '미역국 섭취'를 못했다는 사실을 사흘후 아침 엄마님이 '그러고 보니 네 생일에 미역국도 못끓여주었네'라는 이야기를 듣고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나는 28일 종일 내내 시달리고 시달리고 또 시달리고, 의자에 등을 붙이고 푹하게 누어 한숨을 쉴 겨를도 없었다 (이 썩을놈의 일이 그렇게 쳐바쁜 일도 아닌데, 유독 이날은 지나쳤음) 나를 제일 짜증스럽게 만든건, 이 협소한 공간에서 '휘몰림' 당하는게 나밖에 없다는 사실이였다. (그날은 또 내 일거리 파티션에 몇가닥 걸려있는 누군가가 별 시덥지도 않은 이유로 튀어버렸기때문에, 난 그에 상응하는 'ㅈㄹ'같은 허드레일도 하느라 더 돌아버릴 지경이였다) 하층민의 삶이란. 아, 하층민의 이 빌어먹을 인생이란. 웃어도 뺨이 퍽퍽하게 씹혀질 지경이였다. 오늘이 내 생일이였던가. '나'를 생각할만한 손바닥 만한 시간도 없었다.



딸레미가잘자라서
엄마아빠는대견하
고행복하단다살뺀
다고무리하지말고
이따보자



오후 4시쯤 이 문자를 보고 책상 머리 앞에서 찔끔찔끔 울었다. 들키면 쪽팔리니까, 파티션 뒤에 숨어서 누르고 누르는데 계속 눈물이 찔끔찔끔 나왔다. 그걸 보니까'생일의 기분'이 마치 장마철 무단으로 막아놓은 팔당댐이 폭격맞아서 대량 방출되는것마냥 나를 후려쳐왔다. 차라리 생일이 아니였다면 이다지도 기분이 더 ㅈㄹ같지는 않았을텐데 (생일엔 뭔가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그 이상의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기대심리가 충만되어있으니 말이다. 아직 이시간때까지 나는 '생일이 별거다!'의 인식에서 완전 탈피하지 못했었나보다.) 엄마가 너무 보고싶었다. 푹신푹신한 엄마 팔에 매달려서 엉엉 울고싶었다.




3.
(착한) 맏이 콤플렉스는 부모에게 상당부분 감정을 은폐시킨다. 그런 고집에 가득찬 배려와 자만에 가득찬 예의가 이럴땐 가끔거추장스럽고 억울해진다. 그래서 나는 엄마 대신 그의 품을 찾아가서 부벼댔다. 어느때보다도 그 사람이 제일 그립고, 고마웠다. 한달을 꼬박 써서 준 서른 한장의 엽서들이 나를 여느때와 같은 '행복한 생일의 기분'에 안착시켜주었다. 고마워요! (헤헤) 소주 한병에 기분과 체력을 복구시키고 터덜터덜 집에 들어가자마자 그냥 뻗어서 자버렸다. 엄마 얼굴도 못보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를 보자마자 그냥 품에서 부벼댔다. 하지만 또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나는 엄마 얼굴도 실컷 못보고 다시 만원 버스에 퉁퉁 부은몸을 싣고 떠난다. 엄마가 잘갔다오라고 하는 말에 나는 그래도 좀 괜찮아진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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