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212

아이 2005.02.12 22:32 read.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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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많이' 담아두고 있어서 곧 흘러 넘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는건 아주 오래전부터. 어쩌면 이것은 '잘 흘러넘치는' 이 모든것들에 대한 머릿말이자 변명.





비가 굉장히 많이 오는 날에, 꾸물꾸물한 하늘을 우산 너머로 쳐다보면서 툭툭 떨어지는 물방울을 멍하게 쳐다보는것. 비릿하고 습한 '비 내음'은 내 어깨에도, 새까만 구둣발치에도, 회색 치맛자락에도 습하게 스며온다. 멀건 발자국. 멀겋게 달려나가던 발자국은 들리지 않지만 아주 또렷하게 들리고 있어. 그래서 나는 항상 뛰어다니는걸 좋아'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날것과도 같은 감정은 끌어안은 두 팔에도 어릿하게 내려와 있었으니까.




나는 열 일곱살이야. 몸은 겅충- 웃자라서 둔탁하게 딛고있는 지면과, 정면으로 맞물려있는 그 파란 대기는 '여전하지 못한'것일지라도 나는 '아직도' 열 일곱살의 여자아이야. 머리가 푸석푸석하게 길구나. 볼은 둥그렇게 붉어서, 부빌때마다 까치르한 우유냄새가 났었지 네 품에서도 내 팔안에서도 네 입술에서도 내 눈에서도 까끌한 모래알이 섞여있는 서투른 우유내음. 그 우유 내음은 가끔씩 코끝을 저리게 스쳐가.








이렇게, 기억을 집어삼키는것은 1/4의 피칸파이조각을 물없이 집어삼키는것보다 더 먹먹하고 쓰라린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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