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과 함께 제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았던 책이 알베르 까뮈의 <시지프스의 신화>라는 책이었습니다. 뭐 두께상으로는 카라마조프의 ㅋ 정도에 해당되겠습니다만...
두 눈동자엔 졸음 아니면 불만이 가득했던 고교시절, 항상 교실 뒷자리에 앉았던 제가 자습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넘기던 하던 책 중 하나였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읽어보니 생전 처음 보는 책인 것처럼 생소한 구절 투성이더군요.
그래도 시지프스의 이미지만은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그 강렬함. 까뮈가 자살하지 않았고 심지어 자식까지 낳고 살았다는 사실에 길길이 날뛰었던 기억도 납니다. 촛농처럼 뚝 뚝 떨어지던 분함과 말라 비틀어지던 배신감. 그 강렬함.
머릿속이 온통 흐리멍텅해진 지금까지도 시지프스나 까뮈를 떠올리면 갈비뼈 밑으로부터 뭔가 더워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마저도 이젠 점점 사라져가지 않을까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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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재>의 엔딩에 나오는 파도소리는 제가 한창 까뮈의 부조리 철학에 빠져있었던 1997년 늦봄, 요양차 찾았던 경포대의 바닷가에서 녹음한 소리였다면 멋있었겠지만 사실은 <카드 세실> 인트로에서 썼던 파도소리를 대충 편집해서 썼습니다. 아나바다!
Written by Bob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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