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자는, 공자의 세상을 지키시오.
나는 길동이를 지키겠소. "
미안하다. 나는 24회를 보고, 21회부터 23회까지의 불손한 나의 시청태도를 질책했다. 술퍼먹고 집에 기어들어 오느라 본방 사수도 못한 주제에, 쾌겔에 난무한 '홍자매는 엔딩에 각성하라' '태왕사신기스러운 결말은 왠말이냐'는 아우성을 보며 아, 역시 결말이 찌질한가 보구나. 라고 지레 짐작한 나를 용서해주시오 홍자매. 24회를 보는 한시간 (초반은 아니니까 약 40분 정도로) 내내 화면을 부여잡고 울면서. 내가 그리 싫어하는 다 뒤져버리고 (제기랄!) 완전 피철철에 눈물철철 죄다 안녕의 결말을 맞이하며 '그래도 참 좋네'라는 코맨트를 달게 되다니. 스스로 놀랄 지경이다만, 상투적인 박수를 쳐대며 나는 '홍자매 최고'를 다시한번 곰씹는다. 언니들 정말 최고에요. 앞으로 더 존경하리다.
창휘는 결국 자신의 세상을 지키려 길동이를 베어낼수 밖에 없었겠지. 처음부터 예상했던 끝이지만, 그 '비극'을 맞이하게 되는 청자들을 얼마나 슬픈가. 비록 자신의 세상과는 다른 곳에 존재하고 있는 그들에게서 등을 돌릴수 밖에 없는 '왕' 창휘이지만, 꽃피는 봄이 오니, 그들에게 봄을 보여주고 싶다 라고 말하는 '사람' 창휘에게서 나는 더 큰 슬픔을 느낀다. 이녹이는 길동이에게 제발 도망가라고, 도망가면 전하도 널 죽이진 못할꺼다라고 간청하고 또 간청했지만. 내 자리에서 끝까지 싸울꺼야. 라고 말하는 길동이를 이해할수밖에 없다. 류이녹이었던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이고, 할아버지를 죽인것이 너의 아버지다 라는 그 '변할수 없는 현실'에 짓눌려서 도망가고 싶었지만. 이녹은 자신이 류이녹이던, 허이녹이던간에 길동의 자리에 있어야만 숨을 쉴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거지. 비록, 죽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을 끔찍하게도 '아끼는' 창휘의 마음도 다 알고, 닿아지지만. 그 마음을 잔인하게 베어가면서도 달려가고 싶은 그 마음. 이녹이의 그 '알라뷰'가 너무너무 슬프고 아파서 나는 또 울었다. 길동이는 그런 이녹이를 꼭 안아주고, 안아줄수 밖에 없고.
우리. 같이 가는거야. 이녹이의 손을 꼭 잡으며 길동이는 말했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화살들이 꼭 별똥별 같다고 말하는 그 아이의 손을 꼭 잡으며.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 모든 이야기들은 결국 잿더미가 되었다. 현실은 현실이고, 율도국은 이상향의 비현실이였다. 하지만, 해명스님이 말씀하시는것처럼. 길동이는 언제나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어왔어. 중요한건 세상을 똑바로 보고 겨누는 자가 반드시 존재한다는것이지. 사람들이 살아가는것, 그 사이에서 그건 변하지 않는거야.
사랑하는 활빈당 식구들 안녕.
꼭 기억할게요.
덧1.
개인적으로 홍자매드라마의 전반적인 패턴이 '용두사미'라고생각했었는데, 이걸 계기로 그 언니들이 다소 그 패턴을 뛰어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비록 다수의 청자들이 그 결말에 대해 '불만적'인 코맨트를 마주 난사하고 있지만 (그도 당연하지, 계속 '쾌도'적인 씩씩하고 명랑한 홍길동을 묘사하다가 끄트머리에 가서는 다들 죽여버리고, 피철철 나게 만들었으니 기대심리에 잔뜩했던 사람들로서는 열받을수 밖에) 나는 이 결말에 꽤 많은 '호응'을 던져 주고 싶다. 결론적으로는 그들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해주니 말이다. 다음 이야기는 또 무얼까, 기대만발중.
덧2.
그래도, 너무 슬픈건 슬픈거야. 아, 나는 다들 행복해질줄 알았어. 불화살 앞에서 두 손 꼭 붙잡고 있는 장면을 몇번이나 돌려봐도 계속 마음이 아파서 견딜수가 없다. 나는 더 강인한 군주가 될것이다 라고 차갑게 내뱉던 창휘의 얼굴이 너무 슬프다 (아무 표정도 없는데도) 내가 없는 세상이라도, 내몫까지 곰이가 웃을수 있을거다 라고 말하는 연씨아저씨가 너무 슬퍼. 인생 뭐있냐는 말녀언니의 눈웃음, 으하하 웃어대는 반근아저씨. 스님, 곰이, 아. 죄다 너무 보고싶어진다.
덧3.
이야기가 끝나면. 이렇게 현실과 비현실의 간극 사이에서 나는 헤어나오지 못하고 또 마음이 아프게 절룩거린다. 어차피 그들은 내가 있는 현실에는 없는 '존재'들이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자꾸 살아있는것처럼 생각해서 힘들어. 마음이 계속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