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을때 글을 쓰면 안된다. 쓰게되는 단어들이 독처럼 혈관을 파고들어와 세포 사이사이에 거무죽죽한 자국을 남기니까. 그 그늘은 퇴적물처럼 쌓이고 쌓여서 나를 만들어 어느샌가 뒤틀려진 어두움으로 채운 혹 마냥 이질적으로 이마에 솟아올라 간헐적으로 나를 파고들고 나를 말려죽이게 된다.
내가 언제부터 불행하게 되었을까. 현 시점에서 돌이켜 보게되면 나는 처음부터 불행했고, 지나온 시간들 속에서 외로웠고, 슬펐다. 누군가에 대한 밝은 기억, 나 자신에 대한 빛나는 추억 따위는 없다. 어릴때부터 나는 결핍되고 억눌려진 상태로 참아내고 또 참아내며 버티고 버텼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이 흘러 어른 (이라고 이름붙여진 나이)가 되고보니 나는 불완전한 상태로 발가락을 간신히 벼랑위에 걸어놓은 광대처럼 메달려있다. 누군가들의 기대, 삶에 대한 기대를 유지해야한다는 강박관념, 누군가들을 배려하고 누군가들에게 기분좋은 인간이 되어야 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꾹꾹 늘러야 한다는것들. 영특하지 못하고 우둔하게 타인에게 휘둘리며 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것이 어떤것 인가. 라는 단순하고도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주지 못하고 근 34년을 피하고 또 피했다. 어려운것을 앞에 놔두었을때 느끼는 난감함이 싫어 바로 쳐다보지 않았다. 시렵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사막위에 올려놓은 발등처럼 까슬하게 쓰리고 춥다. 돌아보면 나는 또 겨울같은 마음만을 가둬놓은채 서있구나. 나는 정말 무엇을 위해 살아 가고 있는것인가. 하기 싫은것 싫은 사람들 싫은 일들을 꾸역꾸역 버티고 녹초가 된 몸을 끌고 집에 와서 라면으로 배를 채우며 하릴없이 티비를 바라보기만 하며 시간을 죽이는 나는 누구인가. 통증이 엄습하여 오는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또 진통제를 찾는 나약한 나는 어떠한 인간이란 말인가. 나의 평화를 찾아오는 전등 하나 놓은 방 안에서 누워있는 지금의 시간만이 나를 평안하게 만들어준다. 그 누군가와도 말을 섞고싶지 않아. 말을 나눈다는 행위가 나로 하여금 얼마나 더 많은 슬픔을 안겨주는가. 내 마음의 겨울은 언제쯤이면 멈추게 되는것인가. 나의 언어를 나눈다고 해서 이 고통과 괴로움을 덜어낼수가 있는것인가. 치유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나를 살린다는건 또 어떤 의미인가. 나는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누구들에게 나의 고통을 이해해달라며 열심히 설명하는 행위로 나를 치유할수는 없는것이다. 끊임없이 외롭고 고독하며 슬프다. 아프고 괴롭고 지치고 힘들고 지긋지긋한 하루를 지나치면서 나는 내 앞에 남아있는 시간들을 보며 아득한 환멸에 휩싸인다. 마흔까지 일을 하게 되면 남게 되는 돈으로는 칠십까지는 버틸수 없다. 그 이후에도 또 일을 해야하지. 돈을 벌어야 하니까. 나에게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그 말에도 이젠 믿음이나 안도를 느끼지 못한다. 그 답답함과 그 억눌린것들을 평생 감당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하다. 그러니까 돈이 있어야지. 그냥 이 불행을 책임져 줄 수있는것은 최소한의 수입밖에 없다. 방을 지킬수 있는 돈. 돈을 버는 행위가 나를 끊임없는 고통과 타인과의 소통으로 인하여 생기는 생채기가 내 속을 뒤틀게 만들지만 어쩔수없다. 이 고통을 벗어날 길이 없다. 아침에는 이곳이 아닌 다른곳으로 떠나기 위해 일자리를 찾으려 이곳저곳을 뒤졌는데. 반토막의 돈을 준다는 곳을 보니 다시 또 마음을 단념하고 만다. 나는 돈이 필요해. 돈이 없는건 아닌데. 돈이 필요하니까 돈을 벌어야 하는 가장 효과적인 일로서 나의 정신과 자아를 파는 일을 멈출수가 없다. 하루종일 인간이라는 존재들에게 시달리고 나면 내 껍질 사이로 휑뎅그레한 바람이 분다. 그 시린 아픔이 나의 체온과 뼈 사이를 허옇게 얼리고 나면 지하철에 세워놓은 지친 몸뚱이는 또 망상에 사로잡힌다. 이 목을 언제쯤 멜수 있을까. 이 지긋지긋하고 귀찮은 것들에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니까. 나의 목을 메는것이야 말로 가장 간단하고 쉬운 탈출 방법이다. 더이상의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고, 더이상의 괴로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들을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아 나는 왜 나를 위해서는 노력하지 않는가. 왜 타인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척만 하는걸까. 그런 나 또한 지긋지긋하다. 답답하고 괴로운 마음을 떨쳐버리고 싶어 어디론가 가고 싶지만 그 사소한 비용을 망설이는내가 싫다. 누구들에게 옷을 사주고 무엇 을 사줄때는 아낌없이 퍼 주면서 정작 나는 안입는 옷을 얻어입고. 얻어신고. 여행이란걸 가고 싶을때엔 사소한 금액때문에 망설이게 된다. 왜 나는 그래야 하는건가. 나는 도대체 무얼 위해서 돈을 버는것인가. 마흔이 지나도 이곳을 벗어날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생각해 보는데 너무나막막하고 까마득하게 숨이 막혀온다. 이 지긋지긋한 사이클도 싫다. 지긋지긋하다. 살고싶다. 살고싶은데 살고싶지 않다. 참으로 이런 아이러니는 어찌하면 좋으냐 말이다. 피곤한 나의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