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여우

아이 2004.10.10 01:06 read.770














천년여우 (千年女優: Millennium Actress / Chiyoku-Milleniem Actress, 2001)
일본 / 2004.07.09 / 애니메이션,판타지,SF,로맨스(멜로),드라마 / 87분

감독 : 사토시 콘
출연 : 쇼지 마요코, 코야마 마미, 오리카사 후미코, 이즈카 쇼조, 오노사카 마사야
(그러나 본인은 우리말더빙판 비디오로 감상한 관계로 이들의 출연을 접하지 못함)          






1.
간단하게 말하자면, 천년여우는 한 여배우가, 평생을 걸쳐서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속에서 내재된 중심 키워드는 '사랑'이지만, 결과물을 보고난 이후에는 그 '사랑'이 인생을 이끄는 한 부분이라는것을 깨닫게 된다.





2.
6월인가 7월쯤에 개봉했었던거 같은데, 볼까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못보고. 오늘 비로소 조막만한 TV화면으로 접했는데. 보고나서 '아, 그때 볼껄'이란 후회막급의 기분이 출렁 출렁 몰아쳤다. 색감이 굉-장히 유하고, 캐릭터 움직임이 부드럽다. (아 그 나긋나긋한 '움직임'의 라인이라니) 더군다나 그렇게 '커다란' 감정의 스케일을 커탠으로 얼기설기 외부 햇빛 차단한 마룻바닥 거실에 쭈그리고 앉아서 보기엔 정말 '아깝고도 아까운'것이니.




3.
스토리 라인을 풀어가는 형식이 꽤 독특하다. 여 주인공 후지와라 치요코 (이하 치요코라고 칭함)가 찾아가는 그녀의 첫사랑이자 평생의 '유일한' 사랑을 찾는 과정은, 에도시대를 지나 일본 초기의 전쟁, 50년대의 근대화, 21C의 우주탐사 등의 시간개념을 뛰어넘어 전개된다. 그 모든 과정은 그녀가 출연하였던 영화 장면을 이어놓은것이다.

현실의 '노인' 치요코와, 첫사랑에대한 그리움과 '가장 소중한것을 여는 열쇠'를 간직한채 그를 찾고자 하는 그녀의 전체적인 인생 역정이, '경계'를 알수 없을정도로 넘나들지만 그 진행이 난잡하거나, 스토리라인의 혼란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다.  진행이 굉-장히 깔끔하다.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을 차용한것 또한 꽤나 특이한 측면중에 하나라고 본다. 오히려 애니메이션이라는 느낌보다는 '실사'를 보고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4.
그의 편지 속에서 '우리가 만날 그곳에서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겠다'라는 구절을 접하고 그녀는 그가 기다리는 곳을 향해 떠난다. 그녀의 여정은 열차 탈선과 혼란스러운 눈사태, 등의 여러 장애를 넘나들게 된다. (그 여정은 굉장히 '추상적'으로 표현된다. 현실인지, 여전히 '영화'인지 구분할수 없을정도로) 결국 그녀가 도달하게 된 그곳에서 그녀는 그림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그림속에는 그녀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는 그 사람'이 비탈진 언덕위에서 걸어가고 있는 뒷모습이 담겨있었다. 그는, 그렇게 그곳에서 계속 서 있는것이였다.


굉장히 저릿저릿한 기분이였다. '기다린다'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의 정점이,  '사랑'이라는 키워드 속에서 녹아내리고. 몰입된 감정이 터진다. 그녀는 결국 그렇게 만나게되는 '그 순간'에 그를 만나지 못했다. (실제적으로 그녀는 그를 찾는 와중 실종되었다. 그의 그림과 만나게 되는 과정이 진실로 일어난것인지, 그 실종의 와중에서의 환상인지는 구분할수 없다. 오히려 그 모호함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5.
'사랑'이라는것은 보편적이지만, 그 '보편'이라는 광범위함 속에서 엄청난 위력을 가진것이다. 더군다나 '첫사랑'이라는 존재에서의 그 '처음'이라는 속성은, 아련하고 완전무결한 감정을 지닌것이다. 영화속 그녀를 질투하는 한 캐릭터가 말하는 '너는 오로지 한사람만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아름다웠다'라는 구절은 그러한 '사랑'의 고귀함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이 애니메이션에서 다루고 있는것은, '주마등같이 스쳐가는 인생'이다. 결국, 치요코는 첫사랑과 조우하지 못한다. (실제로 그녀의 첫사랑은 그녀가 젊은 시절에 가혹한 고문에 희생되었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죽을떄까지 알지 못한다) 그녀를 인터뷰하기 위해 온 타치바나 겐야가, 그녀가 숨을 거두기 직전 그녀에게 '부디 첫사랑을 꼭 만나시길 바랍니다'라는 이야기를 하였지만. 그녀는 '만나는것은 상관없어요, 그저 나는 그 사람을 찾는 과정속에서의 나를 좋아했을뿐'이라는 말을 남긴다.


인생의 여정이 끝나가는것에서의, 사랑은 아련한 기억인것이다. 결말에 이르러, 노파가 된 여 주인공이 누워있는 장면이, SF우주영화에서 혼자 우주선에 승선하여 떠나는 젊은 여자의 모습으로 오버랩이 되면서. 그녀는 마지막 말을 독백한다. 그녀는 그렇게 '인생의 여정'을 이야기 한것이다.






6.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을 찾고자 하였지만 절대적으로 그 '아련함'에 치우치지 않고, 그렇다고 '인생의 무상함'만을 크게 부각하지 않은채 전반적으로 풍부한 영상과 몰입되는 스토리라인의 운행이 꽤 괜찮았다고 생각되는 애니메이션이였다.


아, 이런걸 볼때마다 일본놈들을 심히 질투하게 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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