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말 한계에 다다른듯. 마치 48개월짜리 할부를 저번달에 간신히 다 틀어막았는데, 고작 오늘 먹은 밥 5000원도 한도초과로 긁지 못하게 되고 만 (쪽팔린) 카드같다. 사수가 팔자좋은 해외출장을 즐기는 2주간 핏대를 올리며 몰이 당하는 소처럼 일을 한 탓인가 아니 그것보다 난 이 일을 하는데 이젠 넌덜머리가 났다. 그나마 어제부터 극심한 두통에 시달려 영업용 스마일을 짓지 못해 죽을지경이다. 아니 이젠 그런데 신경을 쏟고 싶지 않아서 그냥 널부러져 있다. 마음은. 기계처럼 움직이는 몸뚱이와 입술과 손가락과 언어들 사이로 불순물처럼 유리되어있다. 두통이 너무 심하다. 전전긍긍에 뒤따라 와야 할 '나'의 일 (금전을 위한 활동이 아닌 내게 온전히 결과물이 귀속되는)을 하려고 하면, '다른'것에 치인 나의 몸뚱이를 일으키기 쉽지 않다. 두통이 너무 심하다. 그래서 잠을 충분히 자려고 누워도눈을 뜨면 어설픈 새벽이고, 또 무얼 하고자 하면 머리가 너무 아파서 단념하고 잠을 자면 아침에 억지로 무거운 몸을 일으켜서 그 곰팡내와 인간내가 진동하는 지하철로 향한다. 그렇게 아픈 머리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인간들을 대면하는 동안의 나의 얼굴은 노오를 쓴 스미레같다. 꼬집어 보면 무엇인가 찰싹이게 흥건해야 할 그 공간은 척박하게 질척이는 무기질에 불과하다. 해야 할 '나의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도 난 이렇게 병든 강아지처럼 구부정하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걸까. 끝나지 않는 자기 혐오가 두통을 가속시킨다. 배달되어야 하는 신문이 아침에 오지 않아 허전한 손을 어쩌지 못하고 버스에서 손바닥을 긁는다. 찰나의 시간을 보내는게 속이 아플뿐이다. 모든것이 고통이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내겐 시간이 많이 없다. 이렇게 고통스러워야 할 시간 조차 내겐 낭비일뿐이다. 그것을 짊어진 내 머리가 고통의 비명을 내지른다. 단 일주일만 아무생각도 안하고,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고 싶다. 하지만 일을 그만 두고 싶어도. 이러저러하게 얽매인 관계성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돈을 벌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부모에게 '표면적인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 거부'로 일을 그만두었다고 말을 할 만큼 뻔뻔한 종자가 될수 없다. 나의 단순히 도망치고 싶은 기분으로 일을 손에서 터는건 비겁하다. 그러니까 어쨌거나 무언가를 해야하니까. 내 머리는 지끈지끈 쑤셔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