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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2012.01.26 14:04 read.182




나는 내가 그리 착하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사람이란것을 안다. 타인에게 내어놓는 감정은 나 이외의 범위를 넘어서는 법이 없다. 내가 사람에게 마음을 주지 못하는것은 오래되다 못해 퉁퉁 불어버린 트라우마 때문이지만 나는 항상 그 모든일을 내가 아닌 '타인'의 잘못이라 정리한다. 나는 내가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는것을 인정하며, 그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항상 자문하고 인식하려 하지만 결국 나아지지 못하는것은 이런 비겁함 떄문이리라.

그리고 나는 죽을때까지 인간과 인간의 교집합을 포괄할수 있는 사람이 될수 없다는것을 안다. 나는 인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좋아는 하지만 그것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감정의 교류를 선호하지만 막상 진정한 '감정의 교류'에 이르기까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각이 없다. 나는 웃고 있으나, 웃는다는것이 진정 어떠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나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안아주고 싶지만 그럴땐 어떤 얼굴로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알지 못한다.


안일한 나의 과거, 성실하지 못했던 나의 마음, 손을 잡았지만 느낄수가 없었던것들, 자존심의 가시덤불로 둘러메어 찾아볼수 없었던 타인에 대한 존중, 이해. 나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그것은 다른 이의 잘못이 아닌 나의 잘못이다. 사소함과 일상이라는 변명만을 유지한채 나는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될수 있는 길을 찾지 않았던것이다. 그걸 이제서야 깨닫게 되다니. 나는 어때서 이런 반쪽자리 인간인채 살아왔던것일까.

조금만 더 참아줘. 조금만 더. 라는 말을 꺼내놓는것도 몽매한 나의 이기심일뿐이다. 내가 느낄 고통, 슬픔, 박탈감, 혼란에서 벗어날수 있도록 제발 나를 도와달라는 발악일 뿐이다. 그녀가 느끼는 괴로움, 고통, 지쳐버린 시간은 내가 진정 대신할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기운내. 기운을 내줘. 라고 말하는 나는 정말 얼마나 나쁘고 이기적인 사람인가.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이제서야 꺼내들며 끄트머리를 붙잡으려고 하는 나는 얼마나 미련하고 아둔한 존재이던가. 나는 어째서 이렇게 밖에 안되는 인간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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