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어온것3

아이 2008.08.14 11:13 read.799




'네오야!'




매일 억지로 나오는 길에 항상 마주치는 열쇠 가게가 있다. 가게라기보다는 작은 트럭 뒷칸에 열쇠방을 만들어서 이동을 하시면서 장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키 열쇠라는 것이 대게다 전자식으로 바뀌는 탓에 들고다니는 소지품에서 사라지고 있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를 생각해보면

'외출을 하는 인간. "다녀올게요" 혹은 "나갔다와야지" 하고 나갔다. 아차싶다. "아! 맞아 키를 안 가지고 왔다." 다시 돌아온다'

쉽사리 동조할 수 있다. 키 열쇠는 우리에게 가스불같은 주의와, 키 앞부분의 복잡한 구조가 제 집에서 딱 들어맞았을 대  주는 쾌감과, 그것이 찰컥 혹은 컬척 아니면 그르릉같은 의성어를 내면서 돌아가줄 때의 왠지모를 만족감을 선사했었다. 이제 랩퍼 에릭이 선전하는 빠른 큰패스 세상 속에선 전자번호 따위가 대신하겠지만 확실히 키 열쇠는 인간에게 아날로그적인 낭만을 부여하는 것이 있다.    

이런 것은 대중가요에서도 나타나는 바. 윤하는 내 마음에 들어올려면 486비밀번호를 누르라고 하지만 확실히 고전은 '내 마음의 열쇠는 당신이 지니고 있소!'라고 노래한다. 하긴 키는 물리적인 실체로 절대적인 복제나 탄생에 의해서 전이가 가능하지만 번호라는 것은 입과 입을 통해서도 전이가 가능하기에 상대적으로 더 소중하고 희박한 존재가 지닐 수 있는 사랑하는 당신에게 줄 수 있는 증여물 되겠다.

아침 그것도 어여 들어가야하는 늦은 시간. 열쇠아저씨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 열쇠공이 될려고요. 여기서 좀 배울 수 있을까요?"

황당한 아저씨 이거 배워서 뭐할려고. 다른 거 해라 하면서 급속한 디지털 발달로 가정에도 완전한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그 때는 굶어 죽어야 한다며 씁쓸해 했다.

"그래서 배울려고요. 저 키메이커가 돼고 싶습니다. 키메이커 아시죠? 매트릭스에 나오는 한국배우. 제 말은 헐리우드가서 배우 한다는 것이 아니고요. 키를 잘 만들어서 키메이커가 되면 네오가 절 찾으로 올거에요. 그렇죠? 그럼 네오가 절 구출해 줄 수있는거겠죠. 키메이커는 비극적으로 죽지만 전 안 죽을거고요. 저 현역으로 총도 싸봤기 때문에 그렇게 쉽사리 죽지 않을거에요. 어서 저에게 알려주세요. 열쇠공의 기술을"

청년은 열의에 찬 눈과 호소력 짙은 눈으로 하지만 낮선 타인에게 말을 건다는 부끄럼움에 자못 얼굴이 붉그레해지면서 서있었다.

"미친 놈!"

하고 아저씨는 저 쪽으로 가버렸다.

청년은 자신이 한때 네오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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