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더3집, 그리고 세기의 음반이라고 손꼽히는 더더4집과 푸른새벽에서 한희정의 존재를 처음 접하고, 그녀의 음악에 대해 마음깊이 감동하고 동감했던 때가 있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과거시점으로 말하는건, 아무래도 1집을 처음 청음했을때 느꼈던 '답지 않은 혼합'이 내가 좋아했던 그녀의 색깔과 상당부분 거리감이 있었기 때문이였으리라.
어쿠스틱이 기본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속삭이는듯한, 그 사적인 내밀함이 그녀의 매력이였는데, 1집에서 보여준 밴드음악의 편곡은 그녀의 그 '내밀함'을 다소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거같다. (이런 비슷한 사례가 오지은씨 2집 인듯) 그래서 1집은 손에 잘 잡히지가 않았다.
한희정 EP '끈'은 이런 나의 소심한 거리감을 다소 좁혀주는듯한 앨범이다. 이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아, 이젠 희정언니가 다시 제자리로 온걸까?라는 기쁨을 느낀다. 나는 이 노래들을, 내가 가장 싫어하는 시간 속에서 유일하게 '내면'을 곰씹을수 있던 시간, 오후의 땡볕이 가장 심하게 이글거리던 거리를 걸으면서 처음 들었는데, 내가 느낀건 아무것도 아닌것들로 부터 오는 안도감, 내면의 위로였다. 이게 바로 한희정스러운 이야기 이지. 곰씹어보면 한희정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1집이 아니였을까? (그녀가 그녀의 이름을 걸고 최초로 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자신의 강력한 의지를 담아냈을 테니 말이다. 마치 자신의 복제품 처럼) 그래도 듣는 내 입장에선, 그런 다채로운 사운드에로의 노력이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까만 옷을 가볍게 걸치고 내 어깨를 톡톡 두들기며 이야기해주는 소소한 속삭임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난 1집 보다는 EP쪽에 더 손을 들어주고 싶다.
* 아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12-10 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