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111

아이 2007.11.12 00:56 read.15
































상술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빨간 상자를 들고다니면서 살풋살풋 웃어대는 거북들의 미소가 봄 스럽기 그지 없더라. 그걸 보니 오늘이 11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래 그런것들에 대해 그다지 신경쓰던 타입이 아니였던 고로 (하다못해 거북녀인들의 필수코스인 '발렌타인 초콜릿 손수 만들어 선사해주기'같은건 고사하고 제때 초콜릿을 사줬던지 어쨌던지 4년간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끙)










하여튼 상술이라도, '좋아하는 마음'을 준다는 취지가 좋은거니까. 굳이 11일이 아니라도, '나는 당신을 좋아한다'라는 표현을 하고 싶었던 나는 편의점에 가서 그것을 구입하려 했는데. 뭐지, 그 화려한 핑크 인형이랑 과장되게 크기를 부풀여 놓은 선물용들만 가득있었는데. 내가 찾던 500원짜리 빨간 상자 과자는 없었다. 그 화려한 장식에 약간 기가눌렸는데. 뭐랄까 계속 보고있노라니 그 천편일률적인 장식에 질려버릴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냥 나는 '좋아하는 것'을 전해주고 싶은 단순한 매개물을 찾고 있었는데, 그 치렁치렁한 장식물들의 진열이 나의 깔끔하고 또 '정확했던' 기분을 더 흐리부리하게 만들어 버릴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장식이 없는 것을 갖다주면 마음은 그냥 그저 그런것이 될것같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정반합을 계속 유도시켜서, 그냥 아무것도 못고르고 나왔다.  (그냥 나오기 뭐해서 초코우유는 하나 사들고)








그래, 하여튼 상술이라도. 나는 결국 이래저래 점심을 먹고 거리를 잠깐 걷다가. 껌을 사려 들어갔던 편의점에서 내가 찾던 500원짜리 빨간 박스가 눈에 띄길래. 무드없는 더없이 직설적인 손길로 (땀) 그것을 사들고 나왔다. '상술같은건데 이런건 무엇하러 샀냐'는 예상되는 핀잔을 계속 감수할수 밖에 없었으나. 그래도 내가 주려는건 500원짜리 빨간박스 따위가 아니라, 좀 더 군더더기 없고 좀 더 정확하고 좀 더 강한데다가 좀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그 마음이였으니까. 감기가 걸리면 밖에 뛰어가서 약 사다 주고, 날이 춥다고 하면 '전기장판 사줄까?'라며 물어보고, 네 엄마가 편찮으시다고 하면 같이 눈물 찔끔하고, 밥 안먹고 밀가루 음식 많이 먹는다고 매일 혼내는 그 마음이랑 다 똑같은거다. 그냥 단순히 매개물이 500원짜리 빨간 박스였을 뿐.










까끌까끌한 그 손을 잡으면서 나는 또 '오늘도 무사히 이사람과 같이 있을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라는 기도를 했다. 그렇게 우리의 시간은 같이 흐르고 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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