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기도

아이 2015.03.11 16:23 read.45



난 우리할머니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인류는 아니고. 근 몇년을 피로곰한 패턴에 질려버려 같이 살지 않는 지금이 오히려 더 편안한 상황 인것만큼. 성향이 너무나 맞지도 않고. 우리여사님을 시시콜콜 괴롭히고, 순한 우리 아부지의 혈압을 시시때때로 올려대는 망언을 서슴치 않고 외부인들 면전에서 까지도 험담하기를 멈추지 않는 못된 성미를 가지신 고약한 노인냥반이라 더더욱 할머니에 대해서는 일말의 무언가도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뭐랄까 이상황에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듣는동안에 커다란 돌덩이가 나의 뒤통수를 거세게 후려채는 기시감을 느끼게 되는데. 혹시나 싶어 나쁜 생각에 겁이 덜컥 나서. 지치고 질렸다는 이유로 (내 부모에게 함부로 한다는 미움으로) 행했던 예전 일이 주마등처럼 푸시시시 스쳐 지나가는것에 도대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농담처럼 계속 말했던건데 ,진짜 난 우리 할머니가 내가 더 나이를 먹은 아줌마가 되었을때까지도 계속 부엌에서 잔소리를 하며 쫓아다니실거라고 생각했음. 아니 믿었음 왜냐하면 진짜 그럴거니까. 그 심술과 패악을 멈추지 못할만큼(..) 너무나 또렷한 정신과 육체를 가지신 양반이라서 절대 무너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너무나 예상밖의 일이라. 당황스러워. 너무나 당황스럽다. 부모님은 별일 아니라고 계속 이야기 하시지만 원거리에 있는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러시는거 같기도 하고. 도대체 어떻게 일이 돌아가고 있는지도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기는 여전하고. 여튼 결론이 그거라면 정말 있을수 없는 일이고. 아 진짜 말도 안되는 일이지. 그 양반이 어떤 양반인데.. 내 찐득한 생명력의 1/4가 그로부터 내려오지 않았나. 그렇게 대단한 양반인데. 아 그래 이건 참 말도 안되는일이지. 그래 이렇게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가 없는건 그냥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런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받아들이는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다른건 몰라도 아버지가 너무 많이 걱정된다. 분명 내가 느끼는 자책감 X 10000 이상을 느끼고 계실듯. 아부지가 잘못한건 하나도 없는데.. 혹시나 본인이 자책하실까봐 너무나 걱정된다. 아부지가 너무너무 걱정되고 보구싶고 그러네 두 양반만 있는 썰렁한 집의 저녁을 어찌 보내실까싶어 걱정도 되는. 아 심란하고 심란한 이틀이 지나간다.


제발, 정말요. 그냥 별일 없이 무탈하게 자리 털고 일어나주시는걸로. 그냥 맨날 심술궂은 이야기만 들어도 집 쇼파에 언제나 그렇듯이 앉아계셨으면 오래오래. 부탁합니다. 할아버지 꼭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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