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904

아이 2017.09.04 17:42 read.23



1.
초장기엔 인물이나 공허한 공간을 스냅하는 위주여서 거리 풍경이나, 간판 같은 활자 오브젝트들을 등한시 했는데. 구본창 선생님의 1980을 보고 나서 혼자만의 계시(..)에 훌쩍 휠을 받아 옛날에 찍어둔 거리컷들을 들추고 있다. 기술력은 없지만. 역시 난 정말 사진을 좋아했(과거형은 아님 현재도 그러한)었다는것을 알게해주는 엄청난 숫자의 기록물들.. 필름카메라로 찍은것들도 있는데 필름 스캔한것 이외엔 없네. 아 미코나를 다시 돌려볼까 싶을. 미코나의 결과물들도 다시 돌려보니 너무나 좋으네 그땐 진짜 별거 없는데두 이것저것 많이 본게 많다. 하릴없는 학생(이라기 보단 부모님 등골 브레이커 백슈) 시절에는 진짜 재밌는것두 많고, 본것들도 많고, 만들어놓은것들도 죄다 반짝반짝이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거 같은 그 많고 많은 저작물들이 남의 손에서 나온거마냥 생경하다. 옛날 사진속의 내 얼굴은 진짜 갓 만들어 놓은 빵 마냥 부들부들하니 싱싱해보이는데 (표정이 엄청 살아있는 숭어 같이 펄떡거리는) 돌아보니 그냥 모든것이 다 옛날 같다. 나 아닌 타인의 예전을 돌아보는것 같은 어색함이 있다. 이렇게 늙어지는건가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극도의 우울증이 이렇게 반영되는가 싶기도 하고 뭐 여튼 귀찮다. 좀 더 깊게 파고들려고 하면 귀찮아져서 다 관두게 되는.

2.
내가 해결할수 없는것들은 뭐 지나가면 그냥 잊어버려야 하는건데 매일 책임. 책임져야하는것들 뭐 이런거에 시달리다 보니 조금만 엇나가더라도 크게 다칠까 싶어서 매일이 살얼음 같고 긴장한다. 뭔가 특별한거 없는데 뭔가 잘못될거같은 느낌을 매일 갖고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정신병이 생길수 밖에 없는거 같고..ㅎ 여튼 잊어버려야 하는데 난 뭔가 싶게 잊지 못하는 인류라 더 크게 다치고 너덜거리는거 같다. 어차피 나를 공격하거나 스치거나 한마디씩 미몽하게 던지는 인간들의 단어 한 톨은 그냥 잘근잘근 밟아주면 되는것인데 겁에 질려있다. 시달리는 일이 거듭될수록 지쳐간다. 진짜 인간을 상대하지 않는 일은 진정 이 지구상에 없는것인가. 뭘 해먹고 살아야 하나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계속 되고 있는데


3.
깊어지면 피곤해. 그냥 편하게 살고싶다. 정신이 안좋으니까 가까스로 버티는데도 해야하는일들 (요리 따위)는 포기하게 된다. 그러면 안되는데 왜 그럴까 싶은 ㅠㅠ금요일의 즐거운 마음도 일요일 저녁이 되면 지옥으로 바뀌고 월요일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이 심해의 뻘에 누워있는 조개마냥 막막해진다. 근데 이상하게 출근하고 사무실에 앉게되면 공포증은 덜 하게된다는.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 자꾸 불안감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for what? 근원이 없다. 나 열심히 사는데 자꾸 누가 돌아보면 난 아닌거 같아서 자신도 없어지고. 벌판에 서 있으면 목이라도 메달아야 할거같은 막막한 기분은 매일매일인데. 자꾸 뭘 해야할거같은데 뭔지 모르겠다. 그냥 막연하고 또 막연하고 난국을 타개하려면 뭔가를 해야하는데 기운이 없다는 이유로 또 두손 두발 놓고 잠에 빠져든다. 아 진짜 귀찮다 무얼 꼭 해야하는건가 인간은. 아 진짜 이런건 너무 피곤해.


4.
쓰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가득해서 일요일 오후의 카페에 앉아서 종이를 메웠는데 돌아보니 바닥이 모두 괴로운 언어들 뿐이다.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은데 괴로운 단어만 터져나오니까 말이라는걸 하기가 겁난다. 그래서 더 내면으로 가라앉고 말을 하는 법을 잊어버리게 되는거 같다. 무엇부터 잘못된것일까. 그래도 이것을 포기해서 더 나은 길이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불안감이 그냥 just go ahead를 일으킨다. 자동세척 버튼처럼. 인풋과 아웃풋이 설계되어있는대로 그냥 간다.  쓰고싶고 만들고 싶고 하고 싶은게 정말 많다. 하지만 무언가로 이어지는 행위들을 생각하면 포기한다. 기운이 없다. 기운이 나질 않는다. 베터리가 바닥을 보이는 모터처럼 터덜거리고 마는. 누군가들의 미래 지향적인 군두운을 생각하며 진취를 내뱉어야 하나. 꼭 모든 사람이 그래야 하는건가? 난 그냥 편하고 좋고 조용한 시간이 좋다. 돈이 생긴다면 진짜 사람이 드문곳에  집 한칸 마련해서 아무것도 안하고 남편이랑 조용하게 늙어지냈으면. 그게 내 유일한 꿈이라는. 다른건 뭐 없다. 의무감에서 벗어나고 싶다. 해야하는 것들 해야만 하는 일들 봐야하는 사람들에게서도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그럴수가 없는것 또한 인간의 삶이라는것을 또한 겸허하게 받아들어야 한다고 하니 그렇게 또 생각해 본다. 이번주는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5.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벌써 1년이다. 시간은 정말 쏜살이다.
이렇게 내려앉아가는 나를 보면 역시 난 할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날수 없는 혈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난 그렇게 극도의 불행으로 모두를 괴롭게 만들지는 않을거야. 난 정말 내 자신을 잘 지키고 남편과 부모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 절대 나로 하여금 그들이 불행해지게 하지는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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