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0715 보 고 싶 다
1.
차 앞좌석에 쳐박아 놓은 휴지를 꺼내서 까만 핏방울을 닦았다. 찌르는데도 아프단 소리도 없이 뒷자석에 몸을 틀어박고는 노래가사 잇기에 여념이 없다. 달싹달싹 입술을 움직이는걸 보고, 쿠션을 내려놓은 목에 받쳐놓고 물었다. 뭐라고?
" ..... 보고싶어. "
" ................... "
" 나 집에 가고 싶어요. "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얼어버린 코 끝이 쓰리게 시큼하다. 스무살이 넘었지만 아직은 어리다. 열 여덟에서 부터 타지에 나와서 연고 없이 생활했던 녀석의 외로움을 알고 있다. 뒷 자석에 기다란 몸을 뉘이고는 마른 팔을 눈가에 부비고 뒤척이는 녀석을 바라봤다. 아무렇지 않았던 공기가 그의 주변에 하얀 서리처럼 맺힌다.
2.
그가 곰씹는다. 맨날 듣는 이름인데 억센 억양탓인지 다르네. 마른침을 텁텁하게 삼키고는 두어계단 아래에 오도커니 서있는 그를 쳐다본다. 경사가 가파른 계단이라 그런지 이마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까만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얽혀있는 이마가 푸르스름하게 빛난다. 운동장을 세차게 뛰고 들어오는 소년의 호흡과 같은 달싹거림이 들린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넘겨줬다. 빨갛게 달아올랐던 체온이 겨울공기에 사그라들어 차갑다. 축축한 습기가 스며든다. 달큰한 체향이 후각을 둘러싼다. 어린아이같은 우유향. 쌍커풀이 없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스르르 비껴가는 그의 손가락 끄트머리를 쳐다본다. 아차, 그는 손을 급하게 허리 뒤로 감추어 버리고, 한 계단 위로 뒷걸음질 쳤다.
" 더울거같아서. "
땀을 전해받은 손에 주먹을 꾹꾹. 누르며 어색하게 변명을 읊조린다. 녀석이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본다. 어둠속에서도 또렷하게 보이는 까맣고 단아한 눈동자의 움직임이 어딘가에 닿아 아릿한 생채기를 남긴다.
공간을 하얗게 나누는 그 까만 눈, 구부정한 어깨, 텁텁한 손가락의 꼼질거림. 하나같이 눈에 뜨이는 그 모든것들. 그는 흐느적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비워지지 않는 마음의 그릇 한켠에 이름을 넣어두었다. 원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될수 밖에 없었던 그 존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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