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09 03 濟離.
재밌다며 추천해준 책을 닷새만에 읽었다. 거북이 처럼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녀석이 내게 말한 '재미'는 없었다. 첫 단락의'아마추어적인 오기'만이 기억에 남는다.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사실이 의아할만큼 상당히 초보적인 실수 - 그 군중속에서 여자는 그녀를 알아봤기때문에 '닮아서 나를 좋아한거였군요'라는 사소한 서글픔의 이야기를 내뱉을수 있었던것인데 왜 알아보지 못했다 기록한건지 모르겠다.)
텍스트 자체에서 재미를 찾을수 없는것은 취향적인 문제이니, 읽는것을 중도에 그만 두면 그만이라지만 왠지 모를 오기가 발동해서 (이미 읽어내리는데 쏟아놓았던 시간들이 퇴비처럼 쌓여있는 상태라서) 끝까지 읽었다. 상투적인 조직감으로 둘러쌓인 '사색에의 걸음'이 녀석이 이야기 하는 재미의 범주였던걸까, 간질거리는 도망질의 문구를 뇌가 아닌 감정으로 받아들이며 흡족했을 스무살 초입 특유의 감상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계속 웃었던거같다.
한권의 책을 무려 2년의 시간동안 (공공연하게 밝혀진 이야기라 거의 사실로 굳어져버린) 읽었다는 인류가 '책'을 추천해준것도 의아한 일인데 (아마 내가 책상위에 올려놓았던 헤세의 책을 보고 별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아 이 화제를 꺼냈으리라 추측해본다.) 추천해준 책이 여행기라서 신기했다. 알게 모르게 떠나고 싶어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걸까? 개인의 의미를 부여하여 짐작해본다. 진짜 의미는 당사자만이 알고 있을것이다. 탈출'을 이야기하는 나 (2차 인격으로 포장되어있던 상태의, 몹시도 고루하게 평온함을 탈처럼 뒤집어 쓰고 있던)에게 '어딜요'라고 묻는 말. 여느 인간들 처럼 꺼내놓으면 좋았으련만 꽁꽁 실타래에 둘러쌓여있던 나는 쉬이 대답할수 없었다. 그래서, 재차 '어딘데요'라 물었으나 말없이 그냥 웃어버렸다. 시간은 허공을 향해 치닫고, 분절되는 공간 또한 언어가 존재하지 않은 곳에 투척되어졌다. 글귀를 시각으로 줏어삼키나 뇌속에서는 텍스트 저면에 존재하는 부수적인 산물들을 들이붓는다. 이로서 그것의 역할은 종결되었다. 푸른새벽의 스무살을 들을때마다 습관적으로 떠올리겠지만, 그것의 실체 조차 확인 불가능하니 그럴것이라 미루어 '짐작'한다. 의미란 오로지 개인에게 할당된것에 불과하므로.
아아, 이 모든것은 참으로 편리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