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120809

아이 2012.08.09 15:36 read.135


1.
어느때보다도 고되었던 피로함을 견디기 위해, 타인(과 금전)을 위한 행위가 아닌 진정으로 나를 위해 시간을 쏟아부을것들을 찾아대다가. 궁색한 고민과 번민을 거듭하던 끝에 이 모든 원흉은 금전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었다는것이 시발점이다! 라고 주장하며, 수단에 대한 금욕을 풀어재끼기 위해 근 두어달은 미친듯이 써재꼈다. 충동적인 여행을 가고, 맛있는것들을 먹고, CD를 사재끼고, 술을 마시고, 공연을 보고, 또 사재끼고(..), 남들 보다는 여유있던 휴가기간동안 남들 다 가는 3박 4일짜리 바캉스도 갔다왔는데. 막상 지금 앉아있는 나는 말갛게 투명화된 유동체처럼 물렁물렁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던 휴가의 빈둥거림은 다시없을 즐거운 시간이였지만 (휴가기간 내내 나를 시달리게 만들었던 회사의 전화테러가 없었다면 더더욱 행복했을터.........) 6일 이후의 나는 그 어떤것에 전혀 기쁨을 느끼지 못한채 만원의 지옥철에서부터 회사의 책상에서까지 밀려오는 절망의 덩어리들에게 속수무책으로 한켠을 내어 주었다.

내가 이딴 새끼(....)라는것에 대한 우문과 질책의 반복은 의미가 없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는 본디 이렇게 생겨먹은 놈이고, 어느 공간, 어느 시간에서도 허무함과 괴로움을 끝끝내 찾아내어 부여잡고 말테니까. 인정하자. (고 백번은 중얼거리는데 계속 이모양이다. 이것도 어쩔수 없는건가 싶다) 어쨌거나 솜털같은 괴로움을 돋구는것을 멈추기 위해서는 미성숙한 나를 달래기 위한 다른 방법 (돈을 써재끼는것이 아닌)을 찾을 필요가 있는듯.그러나 저러나 현재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수 있는것은 회사를 때려치우는 거.......................................... 이지만 흐리멍텅한 나란 새끼는 또 안될 놈이란것을 알기에 그쪽으로 파고들어 절절거리는것도 이제 그만. 미련을 놓으면 편하다. 내년 초 면 다 괜찮아질것이라 믿는다 아니 믿고 싶어진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조금 더 정신과 시간의 측면을 개선해야 한다. 그래, 개선. 개선이다. 바꿔야 하는것이다. 남의 것에 나의 시간을 허덕거리며 보내는것으로 (친절도 다ㅈ망이다 지랄스러운 직업병)  나는 나의 하루를 너무나 많이 저당잡힌다. 온 몸으로 곤두서있던 피로함과 신경이 6시를 기점으로 전원을 놓아버린 바람인형처럼 주저앉아버린다. 온전하게 나를 위해 있어야 하는것들,  타인에 대한 사소한 상냥함까지 일터에서 모조리 착취당하고 나니 정작 나를 위해 쓸것이 없다.  거품 물어줄 사람들한테는 간 쓸개를 꺼내주는 모양새로 벙긋벙긋 웃어주다가도 일터 밖으로 나가면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신경질을 털어내며 거품을 물어재끼며 화기를 달랜다. 일상적인것에 대한 술회와 진정 소중하게 생각한이에게 소중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그 많은 시간에 대한 끔찍한 후회를 경험했음에도 나는 하나도 나아진게 없다. 그것이 슬프고 괴롭다. 이렇게 또 다른 괴로움 한덩이를 찾아내어 쓴 물에 훌훌 풀어 마시기 시작하는 나.


2.
그러니까, 해야할것을 '너무나 피곤해서 아무것도 할수없다'라는 이유로 미뤄대는 못되먹은 짓을 그만둬야 해 ->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 무엇부터 해야하지란 고민의 대양앞에 또 막막해지고야 마니 피로감이 심해진다. A부터 Z까지 단계별로 가야 직성이 풀린다. 라는것은 체계적 서류작업에 인성이 고착되어버린 OL의 또다른 직업병 (이라고 하기엔 정신병에 가까운듯)은 초기화가 없는 것들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시작부터 몸져 눕기 시작한다. 의심많고 깐깐한대다가 잔소리까지 심한 전형적인 B사감스타일(...)인 나에게 하루에 두세번은 털려대는 신입여직원에 대한 급작한 미안함이 몰려오며 (하지만 일을 못하니까 욕을 처먹는거야. 사람은 밥값하고 살아야 한다. <-라는 마인드로 계속 털어댐을 멈추지 않음) 개선작업 첫날부터 삐걱거리는 나라는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에 곱절로 속이 울렁거린다. 그냥 간단하게 할것부터 하면 되잖아요. 이 베라먹을 피곤한 인간아 왜 이러고 사는거니 왜 (............................)


3.
미래에 대한 고민도, 공부에 대한 압박도, 더 나은 부에 대한 갈망도, 무엇이 좋은건가 옳은것인가에 대한 부질없는 번민도 다 귀찮다. 귀찮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귀찮고 피곤하다. 하지만 하고싶지 않아도 해야하는 일이 생기는것 또한 어쩔수 없는일. 이것을 별수 없다고 받아들어야 하는 유유자적한 여유를 가지지 못한 자가 감당해야할 스트레스도 어쩔수 없는것들. 아 시발 이 꼬리에 꼬리에 꼬리들은 언제쯤 끝이 나줄려나. 경로당 구석탱이에 백골이 되었을때 쯤엔 좀 홀가분해지려나.

제주도바닷가로 귀농하야 감귤농사(...)를 지으며 틀어박혀 살아야 하는것이 피곤한 인생의 해결책이 되는것인가.
게스트하우스가 대세(?)라지만 패스. 사람에게 너무 시달리니 한동안 인간과 말을 섞지 않는 곳에 가서 살고 싶다.
(술과 인터넷, 기성음식 중독인데다가 지독한 마마파파걸인 니가 두메산골같은데서 살수있겠냐. 라는 핀잔에는 귀를 틀어막고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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