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120928

아이 2012.09.28 17:15 read.131


1.
의식적으로 얘기를 안하려고 한건 아닌거 같은데 하기는 불편하고, 해야할듯 했지만 할수는 없는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은 정말 얘기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마지막엔 참고 참다가 이야기를 했지. 추억도 아닌 자욱같은 지점들을. 아쉽다기 보단 미안함이 더 컸고. 슬픔보다는 보고싶은 마음이 더 컸던.


이제까지 가장 근접했던(조금은 과거형인) 관계의 사람을 그 이후에 만난건 처음이였으니까.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과 하는 이야기는 조금 더 서글프고 조금 더 많이 슬펐는데. 우는게 창피해서 꾹꾹 참았다. 사실은 (열일곱의 그때처럼) 마냥 끌어안고 동네가 떠나가도록 엉엉 울어버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기엔 시간은 많이 흘러버리고 나는 뇌세포의 주름막이 하얗게 쇠어버린 노인이 되어버렸으니까. 대신에 헤어지는 지하철 입구에서 두 팔을 벌려서 꾹꾹 끌어안으며 마음을 삭힌다. 부디 아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세상에 흘러가는 시간속에 비록 다시는 만날수 없게 된다 하더라도 꼭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2.
가끔은 우는것도 내가 우는게 아니라 시간이 그렇게 행동하길 만들어버린것같아 우는 나의 얼굴이 너무나 상투적인 서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어색하고 싫다. 과연 내가 지금 느끼는 갈망이나 혹은 덧없는 감정들이 과연 정말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게 맞는것일까 하는 의문을 하루에 수십번씩 수면위로 띄워본다. 서른의 해가 접어들고 있는 지금에서 조차도 나는 내가 어떠한 인간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수가 없다. 거추장스럽게 난해하기만 한 이것은은 과연 언제쯤 사용자에게 완벽한 메뉴얼을 제시해줄수있을지.


3.
그래서, 마치 모짜르트를 질투하는 살리에리처럼 잔뜩 독이 오른 상태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다. 문제는 이것은 내가 아닌 제 3자의 케이스라는것. 그러나 나는 극도로 예민한 상태로 타자의 바운더리에 감정을 이입시키면서 '어째서 이렇게 아둥바둥 노력하는데 하나도 나아지지 않는것인가!'따위의 우문을 허공에 날려본다. 내가 그 시기를 너무나 허술하게 내버려두었기 때문에 느껴지는 죄책감을 타자에게 투영시키며 보상받으려 하는것일지도 모르겠다만. 분명한것은 당사자는 (겉으로 보기엔) 몹시 행복해 보인다는것. 이것으로 또 하나의 답을 구한다. 비틀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누군가를 앞에 두고 쉼없이 '나는 내세울게 하나도 없어' 라던가 '나는 뭐하는 새끼인가'따위의 자책을 중얼중얼하는 버릇도 너무나 닮아있어서 또 한켠으로는 마음이 쓰리고 머리가 쓰리고 속이 문드러지고 만다. 아니다 아니야 라고 외치는것도 타인이 아닌 나에게 건네는 위로인것일까. 어색하게 웃는 얼굴들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불안함을 발견하며 또 감정을 몰입한다. 빛나고 빛나는 자신감에 늘어진 다른 누군가를 마주하는것에 마냥 기뻐하지 못하는 비틀린 자아는 다른이의 것이 아닌 2012년의 서른을 지나고 있는 나의 것이기 때문에.


4.
가끔은 누군가에게 주는 상처가 삼천배는 더 크게 다가오는 것임을 알아야 할터인데, 나는 여전히 타자와의 관계에 얼마만큼의 교집합을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한다. 봉선 누나처럼 태화 선생님한테 상담이라도 받아야 하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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