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708

아이 2008.07.08 16:51 read.17












어른이 된다는'것' 중 상당히 피곤한것의 하나는 금전에 대한 사고방식의 정립이다. 일하지 않는자, 먹지도 말라. 뿌린데로 거둔다 - 라는 뭐 전형적인 논리규합에 따라서 열심히 일하고 모으면 그만! 이라고 생각하면, 혹자들은 안일하다던지, 무지하다는 핀잔을 서슴없이 던진다(이런 그들의 태도는 매우 확고하며, 심지어 교조적이기까지 하다!) 부모님이 만 이십삼년이 넘게 걸려 마련한 집 한채의 가격 XXXXXX- 원이 그저 5년도 안되는 시간동안 '집을 보유하고 있다'라는 단순행위로 그 두배의 금전적 가치를 형성시키는 것을 보며 나는 이 '현실적 (금전의) 지식'을 섬뜩하게 체감한다. 경제적 독립을 꿈꾸던 열일곱의 시절에 내가 생각하던 어른의 세계는 화수분같은 금전의 바다였는데, (사실 난 그때도 좀 현실인식이 부족한 편이긴 했다) 막상 그 '금전의 바다' 중간에 앉아있는 나는 한달의 얼마를 얼마에 쪼개고 얼마에 붓고 얼마에 쏟아붓고 얼마를 써야하나에 뇌를 쥐어짜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음이다. (이건전혀 '독립'적이지 못하다)





나는 이런 금전적 문제에 있어서 (일반적인) 사전 지식이 전무한 상태이며, 그 지식을 적극적으로 습득하고 싶어하는 강렬한 의지조차 없다. 그러나 나는 돈을 좋아한다. 돈이 쥐어주는 적당한 욕망에 심취되어있는 '일반적인' 인간형임을 부인하지 않겠다. 돈이 좋아!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거다. 계산을 하고, 머리를 굴리면 그 '돈'이 던져주는 쾌락의 빈도를 증폭시키지만, 나는 그걸 하고 싶지도 않고 할수도 없기때문에 그 '가능성의 차이'앞에서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누가 대신해주겠는가. 말 그대로 이건 '경제적 독립'의 구성품이니 말이다) 그래 그 괴리감. 눈 앞에 없어도, 떠오를지도 모른다는 그 가능성의 내재가 마치 소유하고 있던 파이를 놓친것마냥 떨떠름한 상실감을 안겨준다. 아아- 이 어찌 쓸데없는 고통의 연결고리라 아니 칭할수 있으랴. 나는 적색의 인간이지만, 욕망은 그저 끝없는 브루주아지의 그것에 흡착되어있다. (그러면 적색이라고 우기면 안되겠네) 그러므로 나는 어설프게나마 파이를 쪼개고 나누는 일에 열중한다. 좀 더 부풀려서 내 배를 부풀리게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취할수 있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줄수 있는것을 좀 더 율택하게 할수 있게 한다. 금전이 이 모든것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니! 울음이 벅벅 터져나올만큼 억울하다면 나는 아직도 이 '독립적 생태계'의 미숙아인건가. 사실이다. 이것들은 다 사실이다. 회피할수 없으므로 나는 계속 상기해야 한다. 슬퍼도 어쩔수 없다. 더럽다고 생각하지 말지어다. 이건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며, 눈물겹도록 섬뜩한 전쟁이다. 숭고하다. 숭고하다고 계속 되뇌인다. 아아.









덧.
(나름의) 하층민의 삶을 경험하고 있는, 요즘의 나는 새삼 내가 세상 물정에 대해 얼마나 둔감하였는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렇게 둔감하리만큼 나를 보호하여 양육하신 (그리고 지금 현재에도 열심히 양육하여 주시는) 부모님에 대한 (처절한) 고마움이 북받쳐온다. 몇가지 일련의 사태들(쪽팔려서 열거하기도 어려운 예시 1. 예시 2 등등)앞에서." 그렇게 금이야 옥이야 곱게곱게 잘 키워놨는데 여기서 이런 취급 당하는걸 보면 우리 부모가 얼마나 억울해 할까-" 라는 한탄을 읊조린다.(주변 인류들과의 문답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내가 심히 '곱게 자란 타입'이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피해의식이 더 강하게 와닿아진다는 결론이다) 나의 부모는 나보다 더 어린나이에 이 쩍쩍 갈라지는 세상에 나와서 나보다 더 심하고 치열한 전쟁속에서 버티고 버텨오셨다. 그 덕분에 나와 내 동생은 지금까지 쩍쩍 갈라지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평안한' 삶을 누릴수 있었다. 그 분들이 그 곳에서 거칠게 투쟁하실 동안 말이다. 맨날 어버이날이나 생신때 입바른 소리로 나열하는 '고맙습니다. 사랑해요'의 감정보다 더 강렬하게. 나는 그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을 사랑한다.스물여섯이 지나고 나서야 이렇게 절절히 (골수에 하나씩 사무칠 정도로)부모님의 삶에 대한 경외감과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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