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20100622

아이 2010.06.22 18:51 read.298





나는 가끔 이 모든걸 실감하지 못한다. 홍대 맥주집에서 피곤에 뻑뻑하게 잠긴 눈으로 이것저것을 이야기 하던 얼굴은 정말 한결 같았으니까. 신경질적인 이야기들도, 핀잔하는 내 말도, 마지막이라고 기록하고 싶지 않은 그 시간을 나는 후회의 창백한 빛깔로 기록한다.

친절하고 상냥한 주고받음 같은거 없는 관계였다. 10년의 세월이 고착해 놓은 풍경이 그러했다. 사랑한다는 말은 했던 기억이 없다. 관계한 타인들 중에서 (피를 섞이지 않은, K 이외의 사람) 진심으로 화를 낼수 있을 유일한 사람이다. 시간의 흐름에 삶의 방향은 뒤틀려서, 세달에 한 두어번 보면 많이 보는것이고 이것 또한 사라진 공통의 화제때문에 짤막해지기 일쑤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지점에 닿아있는 인류. 그래서 나는 원거리지만 많은 것들을 다른 '변화'에 저당잡혀 있다.


전화를 해야만 한다. 라고 K가 나에게 충고했고, 나 또한 그걸 알고 있으나. 1주일이 넘는 시간동안 쉽게 전화를 할수 없었다. 어느 꿈에서는 좋지 않는 징후를, 또 어느 꿈에서는 10년전의 어느날이 눈앞에 펼쳐졌다. 내가 화를 냈던가, 그것 또한 분명하지 않았던 그 기억들은 쌉쌀한 풀내음이다. 다시 생각하면 마음이 욱신거리는.


확인을 해야만 하는 그 압박감을 견딜수 없다는게 다른것을 걷어치우는 현 주소다.그래도 해야 한다. 잃고 싶지 않다. 너무 어리고 젊은 나이의 그녀에겐 이 모든게 가혹하다. 그런 그녀를 마음 한켠에 품고 살고 있는 나 또한 가혹하다. 시들지 않는 젊음의 시간이 유일하게 필요할 뿐이다. 잃고 싶지 않은 간절한 마음과 함께.


그녀를 다시 꼭 보고 싶다. 사랑하지 않아도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꼭 끌어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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