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616

아이 2017.06.16 15:55 read.31




기운을 내자. 기운을 내야지 버틸수 있다. 누군가들의 불행이나 걱정을 부딪쳤을때 시커먼 공기에 물들어서 주저앉아 버리고 마는것이 그들이 바라는게 아니다. 일주일은 너무나 길고 힘들었고 또 남은 2시간 30분도 아마 그러할것이라는 범주에서 빗나가지 않을테지만 잘 버틸수 있다. 지금껏 그래왔으니까. 1시 30분 이후에 몰아치는 것들에 너무 지쳐버려서 아주 잠깐 화장실에서 목을 메달지, 손목을 그을지에 대한 물색없는 고민에 휩싸였지만 그 고비만 지나면 참을만 해진다. 간밤의 꿈에서도 나를 괴롭히던 그 많은 것들이 내 목을 조여와도 그것들에게 굴복하지 않으려 열심히 기운을 짜낸다. 진짜 잘 할수 있을까. 잘 버틸수 있을까. 물음표와 번민이 가득한 것들이 내 속에 허연 벌판을 가득채우는거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지만 그래도 잘 버틸것이다. 안 죽을 것이다. 진짜 잘 버틸것이다. 나를 살릴수 있는건 나 자신밖에 없다. 내 자신도, 남편도, 부모님도 모두 지키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강해져야 한다는 것만이 답이다. 나는 그들의 행복을 지킬 의무가 있다. 또한 그들의 행복한 삶 이야말로 내 인생의 즐거움인 것이다. 고로 나는 내 자신을 잘 지키고 버텨야 한다. 강해져야 한다. 흔들리는 시류에 목이 메어 오는 것을 그만두고 내 자신을 잘 벼린 칼 마냥 단련하자. 그래도 문득 들려오는 세상의 소리들에 너무나 많은 생채기와 고통이 느껴지는건 어쩔수 없지 그럴땐 내가 도망갈수 있는 작은 통로를 미리 하나 마련해놔야지. 누군가들이 날 구해줄수 없다. 나는 내 스스로가 구해야 하는 미몽한 종자일 뿐이다. 나의 기쁨, 나의 즐거움 또한 내가 초안을 짜서 넣은 틀에 잘 구워야지만 나올수 있다. 나는 안죽을거니까. 더 오래 살거니까. 기운을 내자. 기운을 쥐어짜자. 손을 꾸욱꾸욱 눌러 짜도 터져나오지 않으면 탈수기에 넣어서 돌리면 되지. 괜찮다. 다 괜찮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았으니까. 더 살수 있다. 강해질수 있다. 더 많이 강해질수 있다. 저 먼들이 내 목덜미에 칼을 쑤셔넣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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