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ss Story.#1-3

아이 2004.02.13 00:11 read.46





1.
스스로 공부하는것에 '재주가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공부하는것이 '적성에 맞다'는 모순적인 정의를 끌어안고 산다. 한편으로는 무엇인가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것에 대해,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텍스트'를 흡수하는것이 너무나 매력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또 그것에 반하여서 화려한 빛깔과 무심한 흐름을 지향하고 있는 '매체'에 더 매료되어 버린채, 대부분의 시간을 현란한 시각과 청각의 홍수에 마냥 던져놓은채 '無開念'의 상태에 빠져있다.



어줍잖은 지식을 반쯤 쌓아놓은 상태에서 쉽게 빠져버릴수 있는 자아 정체감의 매너리즘은, 아마도 나와같은 스무살 남짓의 초기를 지나치는 '어린 사람들'에게 쉽게 감염될수 있는 '환절기 알래르기성 감기'와 같은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발열'증세가 퍽 심한축에 속하는) 아둥바둥 거리고 있는 '지식의 창'에 대한 출구는 아주 조금 벌어진 돌담 틈새에서 달콤하게 흘러나오는 유혹적인 향취로 '찾아노는 者'를 유혹하지만, 그것의 댓가로 지불하게 되는것은 끊임없이 맴돌게 되는 방황과, 아련한 이상향에 대한 '환상'의 몰입 후유증.


어렸을때 부터 주입받아온 '훌륭한 어른'이 되는건 꽤 어렵다 - 고 중얼거렸다.



2.
...................... 사랑을 믿지 않는다.

-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것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스스로에 대한 까탈스러운 자문(웃음) 어쨌거나, 흘러가는 시간 뒤꼍에서 다시 내게 남은것은 '나'에 대한 철옹성 같은 자부심. 그래 '어쨌거나' 나는 살아남기 위해 아둥바둥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 '나'이외의 것에 대해서 '나'이상으로 쏟아부을수 없다는것을 다시한번 상기시키게 되는 아주 훌륭한 '경험'이 되었다고 유쾌하게 털어놓게 되는것.


그런데도, 끝에서는 결국 '내'가 '나'를 죽이게 되는 일의 연속이라는것. 그래서 나는 그 예전 뒤짚어지고 뒤짚어진 이전에서의 '시퍼런 애벌래'가 되고 싶어졌다는 쓸쓸한 바램을 쏘아붙이게 될수 밖에 없다는것, 그래도 앞에 교묘하게 쌓아두고, 천천히 축조하고 있는 '성벽'은 참으로 튼튼하게 메워질수 있다는게 다행이라는 생각.


그래, 난 절대로 살아남게 될거야.
(웃음)








그래,
정말이라구.





3.
도망치지 않겠다고 약속해
이제 '그곳'의 문을 열수없어.
갈색빛깔의 벽을
향기로운 언어의 주문으로
활짝 열어놓을수 없듯이

지난 밤
웅얼거리던 오랑우탄의 탄환이
심장을 소리없이 관통했을때
막연하게 떠오르게되는
'死'의 거무스름한 이미지도.





그래도 눈을 떠서
'살아있다'는걸 느껴봐



도망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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