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아있다

아이 2004.06.19 04:24 read.35








1.
새벽 3시 30분, 불투명하게 노곤한 몸을 일으키며 '무의식적'인 상태로 휘적휘적 단것들을 찾아서 습관처럼 목구멍에 쑤셔넣다가 문득 느껴버린건 내가 '살아있다'라는 짧은 편린과도 같은 실제 사실의 단상. 푸석푸석하고 미끄덩한 살아있음의 촉감은 나를 눈감게 하지 않는다. 의자에 앉아서, 그저 말 그대로 '멍'하게 앉은 상태로 의자에 축 늘어진 '껍데기'를 기대어 놓은채 지속되고 있는 그 반복적인 섭취 활동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고 생각했다. 스쳐가던 그 '짤막한' 인식의 한토막과 같이 도저히 섞일수 없는 그 살아있음의 표현은 어찌 설명되어야 할것인가 (웃음)










2.
어떤식으로 찾아야 하는걸까, 스물두해를 살아가면서 이런식의 토악질이 수반될 정도의 고민 (절대 수식과 체계성을 동반할수 없으며, 무한한 영속성 사이에서의 합리적 '해답'조차 도출하는것은 사막의 모래알갱이를 손톱사이로 헤아리는것만큼이나 '불확실성'적으로 어렵다)을 해본 '적'이 없는 관계로- 어렵다. 괴롭다. 힘들다. 하기싫다. 그래도 찾아야 한다. 모퉁이에 시퍼렇게 멍들어버린 상태로 쭈그리고 앉아서 엉엉 우는 순간이 '일상적'으로 지속되며, 그 순간 쩍쩍 갈라지며 쓰라린 '그곳'을 부여잡으며 진심으로 '죽고싶다'라고 생각하고, 짤막한 손톱으로 세포의 온 감각을 곧추세우며 시근덕거리는 관력으로 긁어내려 잘라내려 하더라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심으로' 죽게된다. '진심으로' 살지 못하게 된다.





이녀석이 가지고 있는 아주 기본적인 문제점은, '생각'의 조각들을 지나치게 파생시킨다는것이다. 'Nevermind'의 자세를 (아무리) 삶의 귀감으로 삼아도 녀석은 예민하게 곤두서있다. 잘게 조각내어 씹어삼킨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그 '조각'들이 번식에 번식에 극한을 이루는 그치에 이르르게 되면 녀석은 죽어버릴정도의 '살아있음'의 수에 짓눌려 버린다. 무겁다. 두렵다. 그 이후에 수반되는 '살아있음'의 녀석을 '진심으로' 두려워하게 된다. 더 많이 다가오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설풋 느끼게 되며 지레 집어먹게 되는 '겁'의 형태로 녹아버린다.














3.
도출시켜야 한다. 강박관념은 아니어야 하지만 '강박관념'처럼 굳어지고 있다. 찾아야 한다. 하지만 간단명료하게 접어둘수도 있을것이다. '녀석'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능력은 살아있음과 죽음의 한계점 사이의 일정하게 지정될수 있는 터닝포인트에 가시곧추세우지 못한 '선인장'을 심어놓고 벙긋하게 쳐다볼수 있을 정도의 뭉툭한 촉수를 소유하고 있다는것이다. 죽어버리지는 않을것이다. '버티는것'은 장담하기 어려워도 (변명인가 (웃음)) 그래도 죽어버리지는 않을것이다.






















4.
그래서 나란 녀석은 꽤 쓸만하다고 생각한다 (웃음) 나약해도 (웃음) 그 어떠한것도 담아내지 않은 시선의 상태로 마주하게 되는 '나'를 바라보게 되었을때 희미하게나마 웃어줄수 있을 정도로, 자학과 쓰라린 연민의 상태가 번갈아가며 뒤덮여 지는 그 '모멸'의 순간이 지속되어도 -





그 통증만큼이나 '나'를 너무 사랑한다.
그래서, 퍽퍽한 눈가를 손등으로 부벼대며 웃을수 있는것이다.





















足)
'찾아가는' 어지러운 과정속에서 그대가 '그런것'에 짓눌려 지지 않도록 버득버득 애쓰고 있으니까 (웃음) 지나치게 멀쩡한'척'하며 버틸수도 있을텐데 (나란 녀석이 좀 더 잘 익은 생명체 였다면) 나 아직 어리고 어리석어서 그런것을 그렇지 못한척 그렇지 못한것을 아닌척 하는건 아직 어려운가봐. 그래서 그대에게 너무 미안해. 존재하고 있는 그 시간을 놓아버리고 싶지 않은 만큼이나 미안해. 살아있는 상태로 그대를 만나게 된것만큼이나 기쁘면서도 그대의 존재는 날 살게 하면서 죽게해.


난 어른이 될꺼야. 살아있는 '사람'이 될꺼야. 잃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할때 웃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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