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밤에 천안 시골 큰이모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나는 오늘 아침 9시 즈음에 느닷없이 듣게되고. 오전엔 출근하느라 정신없어서 집에 통화드릴 상황은 아니였는데 나는 난데없는 상황에 놀래서 재차 물었음. 이모부가 연세가 더 많으셔서 (거의 90세 이상이신) 이모는 좀 뒤늦게 소천하실거라고 생각했는데. 가시는 길은 정말 순서가 없다는 이야기가 맞는거 같다. 지난주까지는 거동도 괜찮으시고 기저질환부분도 많이 나아지셨는데 집에서 씻으시다가 넘어지셔서.. (이게 지난주 월요일 즈음의 일) 그때부터 의식이 없으신 상태로 닷새정도를 누워계셨는데 결국은 더 못 계시고 말았다는.
어제 밤에 큰언니가 울면서 넷째 이모한테 전화해서 이모들 및 아부지 엄마는 간밤에 황망하게 천안까지 갔다오시고
시국이 시국인지라 (코로나) 엄마는 마음 아픈것보다 장례식장에서 감염을 더 걱정해야할수밖에 없었다는 (아무래도 집에 애기들과 임산부가 있으니께)
새벽 늦게 올라오셨는데 차편이 다 끊겨서 아부지는 이모들 집 앞까지 다 데려다주시고 ㅠㅠ 고생 많으셨을거같다는.
다음주에 엄마 생신이신데 ㅠㅠ 맘이 좀 그런데 엄마는 예전에 할머니 병간호에 대한 트라우마같은게 있어서 치매나 당뇨로 오래 자리보전하는것의 엔딩이 얼마나 끔찍한지에 대해서
그것을 피해서 다행이라는 소견을 전달하셨다. 생각해보면 이모들도 다 연세가 드시는 상황이신데. 매번 예전에 만나뵙던 기억이나 그런것들때문에 오래 계실거라는 생각을 안일하게 했던거같다 ㅠㅠ
학교 다닐땐 마땅히 피서지 같은게 없으니까 보통은 양평의 고모댁이나 큰이모 댁을 가끔 갔는데 예전에 아부지랑 저수지 가서 낚시했던 기억도 있구 중학생 즈음인가
이모들은 1년에 한번씩은 만나서 같이 모임이나 여행 다니시는데 큰이모 거동 괜찮으실때 다 같이 갔던 기억이있다 (그것도 거의 십몇년전이긴함)
그때 찍었던 동영상에서 막 사진이라고 수줍어하시는 모습이있다. 아 동영상을 틈틈히 찍는게 정말 좋은거구나. 나는 또 이렇게 깨닫고
시골집 마당에서 해주시던 콩국수나 매 계절마다 끊이지않던 나의 최애 음식 된장찌게같은걸 만들어주시던 엄청난 손과 솜씨 ㅠㅠ 아마 여사님도 이모에게 배우셨을듯.
자주 뵙지는 못했는데 뵐때마다 이모부나 이모나 넘 상냥하시고 좋은 분들이였다 ㅠㅠ 몇년에 한번씩 볼때마다 많이 컸다고 손 쓰다듬어 주시고 볼같은데를 부벼주시는데
까실한 촉감이 예전에 외할머니가 생각나곤 했다. 웃는얼굴이 우리 여사님이랑 많이 닮았다.
할머니도 너무 오래전에 돌아가셔서. 내가 대여섯살때 천호동에가서 치마폭에 푹신한 다리를 베고 누웠던 기억이 있는데
내 동생은 이런 기억도 없어서 아쉬워한다. 기억이란게 참 소중하고 좋은것이구나 사라진 모든 사람들 속에 다들 어여쁘고 좋은 기억을 간직하면 그 아름답고
고운 빛깔만 남아있게된다. 나도 나중에 누군가들에게 좋은 기억만 주고가는 사람이고 싶다. 부족하고나 여워하는 인간의 미폭상에 한계는 있겠지만.
아직 이모부는 건강하시다고 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큰언니가 계속 두 분을 모시고 계셨는데 (언니도 되게 예전에 만나고 결혼식때도 오셨는데 ㅠ 경황이 없어서 인사도 못했음)
나야 외부의 사람이라지만 마지막 인사를 못한 딸래미의 마음은 오죽할까. 다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내셨으면 좋겠다.
상냥하고 다정하고 좋으셨던 이모. 만날때마다 어여쁜 마음과 애정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평안하시고 또 평안하셨으면 좋겠어요. 부디 좋은곳에서 행복하게.
2.
요새 태교에 대한 책을 탐독 중인데. 역시 엄마의 기질이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는것은 문헌적으로 증명되는것인가 싶다는 (.....)
(이런 임상병리의 효과로 우리여사님의 기질 -> 나 라고 할수도 있고)
우선 다수의 논리와 문헌을 통틀어 태교라는것이 인간의 초기 형성에 중요한 부분이며
엄마의 감정기복이나 스트레스 (...)가 얼마나 안좋은지에 대해서도 설파 당하고 있는데
스트레스같은건 정말 받고싶지 않아 ㅠㅠ 나도 편하게 살고싶지만 그럴수가 없는 인간의 속성과 밥벌이..
지난주 야근 및 월요일 개 야근에 시달릴때 진짜 애기한테 너무 미안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는데 뭔가 방법이 없어
우선 짜증을 낸다기보단 괜찮다 금방 지나간다 라는 마인드로 잘 술술 달래려 하고있다.
중간에 빡치는 인간들이 ㄱ ㅅㄹ 할때도 아 그렇구나 이러고 넘길려고 노력중 (인데 쉽지않다)
빡이 너무 칠때 방언처럼 외치던 육두문자도 자제해야하는데 ㅠㅠㅠ 아 어려워 쉽지 않다. 우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곱슐이 앞에서도 자제해야지 하다가도
요새 뉴스에 너무 거시키한 소식들이 너무 많아 나쁜사람들도 너무 많아. 내뱉지 않고 담아둘수없는 이 사태에 대한 범인의 술회라는것이 참으로 단답해야하는구나.
여하튼 기질이라는게 나의 아부지나 어머니 및 할머니에게서도 물려받은 이러저러한것들이 아마 나는 억제하려고 하지만 우리 귀요미한테도 전해질지 모르고 ㅠㅠ
그렇게 되면 나는 그 귀요미에게 어떤것을 도와줄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숙한 대화법같은것을 고려해야할 필요도 있고
태내에 있을때 책을 읽어주면 좋다고 해서 다음주부터라도 시체처럼 누워있지 말고 한시간만 애기한테 쏟아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불안한 생각 하지 말고 즐겁고 좋은 얘기만 하자. 물론 주변이 나를 그렇게 안도와줄지라도 (....) 그들은 그냥 그럴뿐이고 이런건 내가 잘라야 하는 매듭이라는 판단.
즐겁고 좋은 생각만 하고 좋은것만 지나갔으면 좋겠다. 다 잘될거야 그렇게 한다는 믿음으로 계속 좋은 생각.
분명 우리 귀요미는 나보다 더 크고 성숙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물질적인것보다 정신적인 것을 더 많이 도와줄수 있도록
책도 편식하지 말고 이젠 좀 이것저것 읽어보는걸로 노선을 바꾸었다. 나는 일종의 둥지이니까 둥지의 한켠에 곱살한 책장을 쌓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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