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세상에서 견디는것이 항시 고통이고 임시적인 머무름의 상태라는것을 인지함으로서 언제든지 결단을 꾀 할수 있다. 라는 전제를 내재한채 살아가는 상태였으므로
아이를 낳는다는지, 혼인을 한다는것에 대한 사전 부담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 저러한 매커니즘의 시도는 무척이나 오만하였던 것이리라.
결혼을 하고 6년의 시간을 순식간에 보내고 난뒤 아이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하면서 과연 내가 잘 할수 있을까. 아이에게 혹시라도 내가 견뎠던 불행을 건네주는 일을 하는것이 아닐까
이러저러한 고민을 많이 하였으나 그래도 한번은 만나보고 싶었고 정말 하늘에 계신 누군가가 도와주신듯 너무나 운이 좋게 내려와 주어서
처음에는 얼덜떨 했지만 10달을 같이 보내면서 너무나 행복했다. 시시각각 휘몰아치던 자가 결단의 충동이나 우울증같은 것들도 많이 사라지고
뱃속에서 열심히 발길질이나 꼼지락을 하는 아이를 느낄때마다 외롭지 않았다. 이런건 정말 경험하지 않았다면 알수 없는 너무나 소중한 기억들이다
정말 귀한 1차원의 친구를 새로이 나의 품 안에서 하나씩 보듬을때마다 내면에 죽어있는 세포들을 하나씩 깨워주었다. 더 기운이 났고 더 밝고 행복한것들만 생각했다.
나는 남편을 대학교에서 만나서 거의 10년을 연애하고 같이 살아가던 시간이 일곱해가 넘어갔다. 매우 오랜 시간을 여러가지 동료로서 함께 했다.
아이의 존재는 그 시간속에서 주어질수 있는 가장 귀한 열매라고 느꼈다. 나의 입술이나 또는 남편의 눈매를 닮은 아이의 사진을 계속 바라보면서 이 시간을 함께 해준 남편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함을 느꼈다. (물론 쑥쓰러워서 모든것을 다 표현하진 못했지만) 남들에게는 다들 괜찮다고 하다가도 병실에 혼자있을땐 울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아이를 볼수 없는건 엄마에게 진짜 고통인거구나 다들 걱정하실까봐 열심히 괜찮은걸 세뇌시켰는데 나는 너무 보고싶어서 진짜 뼈마디가 아플정도다.
사진을 보고 또 보고 빨리 보고싶어서 견딜수가 없는데 왜 내 몸은 이렇게 된걸까 이러 저러한 원망의 화살이 내 스스로에게 쏟아진다. 하지만 금새 손을 거두고 허리를 바로했다.
나는 무너지지 않을거야 이런것들에 점령되지 않을거야. 10달동안 아이가 내게 주었던 그 에너지들로 일어날수 있고 버틸수 있다.
처음에 아기가 왕 하고 울면서 나왔을때는 온몸이 지친 상태에도 안도처럼 눈물이 터졌고. 그 이후에는 그냥 생각하면 눈물이 났다. 기쁘고 행복하고 미안하고 너무나 보고싶고.
지나간 어떤것들에 후회되고 내가 잘못한것들만 생각나는 복잡함 속에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했다. 나는 그 모두를 지켜줄거니까 더 강하고 건강해야 한다.
사랑하고 귀한 존재가 새로이 생긴것이 오롯한 기쁨이 되는것이야 말로 인간의 탄생을 정의하는것이 아닐까. 내가 태어났을때 나의 아버지 엄마가 느끼셨을 그 기쁨과 사랑을 다시 상기해본다.
완벽하고 미숙한 인류라도 너를 정말 많이 사랑할수있어. 나는 남편의 손을 잡으면서 이 모든일에 대한 안도를 느낀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로운 부모가 되는것은 정말 감사한일이고
그 일을 그 사람과 같이 가고 있는것에 또다른 감사함을 느낀다. 남편은 정말 좋은 사람이고 성숙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소중한 우리 딸을 같이 만날수 있어 행복하고 또 감사한일이다.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시간속에 다들 행복하기를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할것이다. 앞으로도 그렇지만 혹시 가끔은 미옥한 오류나 험준한 모로를 마주하더라도 도망가지 않고 계속.
사랑하는 나의 딸. 나에게 와 주어서 너무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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